책 리뷰 일곱 번째, 우리 모두는 지킬 박사이자 하이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뮤지컬로도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지만 뮤지컬 보는 취미가 없는지라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아마 뮤지컬을 좋아했어도 지킬 앤 하이드는 안 봤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의 내용이 여태껏 유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중인격자라니 말도 안 돼. 매드 사이언티스트 나오는 진부한 내용이겠네"
하지만 그건 내가 모르고 하는 소리였던 것이다.
이 책은 물론 약물을 통해 인격을 왔다 갔다 하는 내용이 있긴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러한 문학적 장치가 아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 생각했던 단순한 선악 구도, 즉 선한 인간인 지킬 박사와 악한 인간인 하이드가 한 몸 안에 공존하는 그런 단순한 내용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
물론 이 말에 불쾌해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이 말에 불쾌함을 느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종류의 사람이다. 항상 선한 사람. 질투, 복수, 분노 같은 건 마음에 품어본 적도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은 나의 이 말에 불쾌해할 자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리뷰할 때 말했지만, 모든 사람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 번이라도 그 피해를 입은 사람은, 그것이 크든 작든 마음속의 페스트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페스트를 지니고 있는 사람은 질투를, 복수를, 분노를 한 번이라도 마음에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것들을 '삶에 대한 긍정'으로 승화시키는 게 카뮈의 목소리지만, 어쨌든!)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분명 마음속에 지킬 박사와 비슷한, 그리고 하이드와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지킬 박사는 보통 선한 인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킬 박사는 '위선'적인 인물이다. 그는 착한 척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자신보다 못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대개 무시하거나 귀를 닫아버린다.
그리고 그 자신이 가면을 쓰고 있다는 걸 알기에, 그 가면을 벗어버리기 위해 독특한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바로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던 하이드를 약물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순수히 악한 쾌락에 물들고 싶을 땐 하이드로 변신하여 그 어두운 내면을 온전히 즐기고, 지킬 박사로 돌아오면 다시 지식인으로서의 명예와 선한 이미지를 유지한다.
물론 그의 이 기괴하면서도 신박한 발상은 오래가지 못한다.
.. 이 이상 얘기하는 것은 읽는 즐거움을 방해할 것 같다.
난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그 크기는 다를지언정- 모든 인간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중에 누가 위선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가 가면을 쓴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가 도덕과 규범을 초월해 책임 없는 범죄나 악을 저지르는 걸 상상해 본 적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누가 죄를 전혀 짓지 않고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다들 어느 정도 지킬 박사처럼 위선을 떨며, 그리고 마음속에 하이드를 숨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결말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되는 걸까?
아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이 있다.
바로 솔직함과 정직함이다. 가끔 가면을 쓰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평생을 가면을 쓰진 말자. 가끔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있겠지만 늘 위선을 떨며 살지는 말자.
가끔은 서운하다고, 화나는 것, 슬픈 것, 권태로운 것, 그런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믿을 만한 사람, 진지하게 들어줄만한 사람한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누구한테 이야기하든 마음속의 하이드를 키우는 것보단 나을 수 있다.
오늘도 그냥 꾹 참고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과 글을 전한다.
꿈에서 만큼은 가면을 벗고 솔직하게 자신을 마주 보는, 그런 밤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