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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겸 Nov 10. 2022

[클로즈(2022)] 레미가 보고싶어

영화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생각을 담았으며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클로즈, Close (2022, 벨기에/네덜란드/프랑스, 드라마, 12세, 105분) 
감독 : 루카스 돈트
각본: 루카스 돈트,  안젤로 티센스
출연 : 에덴 당브린(레오 역), 휘스타브 더발러(레미 역), 에밀리 드켄(소피 역)
수입/배급 : 찬란(한국), A24(미국), 디아파나(프랑스), 뤼미에르(베네룩스)

- 2022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황금종려상 경쟁 후보작



레미가 보고싶어


서울 국제 프라이드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관람하게 된 영화 <클로즈>

영화가 끝나고 단순히 친밀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을 것이라 짐작한 'Close'의 다양한 뜻이 궁금해 사전을 찾아봤다.


형용사로

- 시간, 공간적으로 가까운 

- 거의 ~ 할 것 같은

- 사이가 가깝고 친밀한

- 다른 무엇과 또는 양적으로 비슷한

- 막상막하의 

- 아슬아슬한

- 촘촘한 

- 속을 터놓지 않는, 비밀스러운


부사로는 

- 가까이, 바싹


명사

- 한쪽 끝이 막혀있는 거리


동사

- 닫다, (눈을) 감다, (문 등이) 닫히다, (책 우산을) 덮다, 접다

- 일시적으로 폐쇄하다, 문을 닫다


(출처: 옥스퍼드 영한사전)


위 다양한 뜻을 보고 영화를 다시 곰곰이 곱씹어 보니 또 새롭게 느껴진다.


영화는 이 시기의 레오, 레미 그리고 레미의 엄마인 소피의 관계가 열고 닫히는 과정을 계절의 흐름으로 그려낸다. 가깝고도 친밀했던 레오와 레미, 굉장히 가까이서 바싹 끌어안고 서로 잠에 들었던 친구의 우정이 흔들린다. 어떤 특수한 상황이 다가왔다기 보단, 때가 온 거다. 두 사람은 중학생이 되었고 사춘기를 맞았다. 서로의 감정, 나의 상태가 어떠한지도 모른 채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 속에서 이들의 우정은 흔들린다. 어찌 보면 당연한 멀어짐과 닫힘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하다 결국 레미의 무너짐으로 멈춰버린다.


영화는 참 많은 부분이 닫혀있다. 레미가 보고 싶었고 뭐라도 자신에게 남기지는 않았을지 궁금해하던 레오는 영화 끝까지 비밀스러운 태도를 유지한다. 마지막 순간에도 샤워실의 문을 굳게 닫은 곧 Close 해버린 레미의 태도는 그 시절 아이의 아프고 연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감정을 이어가던 중 레오는 새로운 친밀함을 느낀다. 레오의 솔직한 고백과 소피의 용서로 닫혔던 마음이 열리고 다시 레미와 가까워진다. 또 그만큼 자기 자신과도 가까워진다. 


영화는 아름다운 꽃이 피고, 지고 다시 피며 끝이 난다. 꽃봉오리 같은 사춘기의 아이가 고통스러운 성장통을 겪다 꽃을 피워내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아픈 순간이 있었다. 나는 짝꿍 이서 놀던 어린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 둘 만 놀다 때가 오고 어른이 되어가는 아픔의 과정 속에서 흔들리는 관계, 그 속에서 오는 불안함과 죄책감이 생생히 떠올랐다. 이 섬세한 감정선을 영화는 직관적인 비유, 또 음악과 영상으로 담았다.


매일 지나가는 일상 속 닫혔다 열리고, 멀어지다 가까워지는 관계. 어린 시절 나를 보는 것 같은 아른하고 아련한 마냥 기분 좋지만은 않은 감정. 닫혀있던 어린 내 사춘기, 시간이 지나고 다시 새로움이 친밀이 되던 내 성장 과정이 클로즈(Close)에 담겨있었다. <클로즈>는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려는 소재와 연출, 작위적인 시퀀스로 가득한 흔한 청춘 드라마보다 훨씬 현실에 가까웠다. 그리고 참 아름다웠다. 




* 시놉시스

The intense friendship between two thirteen-year old boys Leo and Remi suddenly gets disrupted. Struggling to understand what has happened, Léo approaches Sophie, Rémi's mother. "Close" is a film about friendship and responsibility.


* 공식 트레일러(A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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