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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겸 Jan 05. 2024

그럼 또 만날까요?

사랑은 낙엽을 타고(Fallen Leaves, 2023)


사랑은 낙엽을 타고(Kuolleet lehdet/Fallen Leaves, 2023)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주연: 알마 포위스티(안사 역), 주시 바타넨(홀라파 역)

장르: 코미디/드라마

-제76회 칸 영회제 심사위원상 수상


2024년, 헬싱키의 외로운 두 영혼 안사와 홀라파는

어느 날 우연히 만나 눈길을 주고받는다.


“그럼 또 만날까요? 근데 이름도 모르네요”

“다음에 알려줄게요”


서로의 이름도, 주소도 알지 못한 채

유일하게 받아 적은 전화번호마저 잃어버린다


운명이 이들을 갈라놓으려 할 때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래 글에는 영화 내용 및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운명(運命)이 너와 나를 방해한다면, 우리는 그 정해진 길을 따르는 게 맞을까.


어느 하나 정해진 직장 없이 간신히 일하며 먹고 사는 안사와 홀라파. 두 사람의 모습은 권태롭고 고독하다. 조용하게 일상을 보내는 듯 보이지만 두 사람의 속은 참으로 외로워 보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숭숭한 시점에 두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하나’, ‘나는 왜 사나’ 의미만 되짚어보고 있다. 회사의 입장에서만 정당한, 유연하지 못한 상황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고 그 자리로 떠나버리는 안사, 음주 근무로 직장에서 해고가 되어도, 술을 끊지 않는 홀라파의 모습이 그렇다. 누가 이 삶은 끝내버려 줬으면, 그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중 두 사람 사이에 스파크가 튄다. 여느 진부한 로맨스 드라마처럼 눈 맞춤으로 서로의 첫 마음을 알아챈다. 하지만 엇갈린다. 운명이 두 사람 사이에 장난을 친다. 안사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 홀라파에게 건넨 쪽지가 날아가버린다. 홀라파는 그 사실도 모른채 담배만 핀다. (사실 담배를 피지 않고 바로 쪽지를 주머니에 넣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렇지만 다시 운명의 장난인지, 극장 앞에서 기다리던 두 사람은 만남에 성공한다. 그리고 함께 첫 저녁을 먹는다. 이름도 모르던 두 사람은 밥을 먹으며 기어코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서로 살아오던 삶의 습관이 관계를 성장시키는 데 방해가 된다. 홀라파의 술 사랑, 안사의 걱정어린 잔소리는 ‘우리의 미래가 엇갈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한다. 


그렇게 다시 꼬인다. 하지만 방해만 하던 운명은 다시 두 사람을 돕는다. 홀라파의 친구를 만난 안사는 자신에게 오려 술을 끊고 용기를 내 연락한 홀라파가 자신의 집에 오려다 기차에 치였다는 사실을 듣는다. 그리고는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간다. 지독한 시간이 흐르고 홀라파는 깨어난다. 그리고 걷는다. 그 와중에 안사에게는 새로운 ‘개’ 식구가 생겼다. 


영화의 시간은 밖으로는 잔잔하게 안으로는 격렬하게 흐르는 것 같다. 보는 나도 겉으로는 태연하지만 속으로는 다급하다가 흐뭇하다가 요동친다.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지 않을까. 간간히 섞인 웃음 포인트도 날 흔든다. ‘이 영화 꽤 매력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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