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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겸 Aug 05. 2019

[렛미인(2008)]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로 갈게

렛미인 (Let The Right One In)

장르 : 공포, 드라마, 로맨스

국가 : 스웨덴

감독 : 토마스 알프레드슨

러닝타임 : 114분

개봉 : 2008.11.13(2015.12.03 재개봉)

출연 : 카레 헤레브란트(오스칼), 리나 레안데르손(엘리)

등급 : 15세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뱀파이어인 '엘리'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소년 '오스칼'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을 주제로 한다고 해서 따뜻한 분위기 일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르다. 오히려 차갑다. 눈으로 가득 덮인 스웨덴의 풍경은 분위기를 더해준다.  로맨스를 다루는 차가운 스릴러 드라마. 그래서 네이버, 다음 모두 장르 분류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여러 관점에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우선, ‘본능’과 ‘이성’의 관점이다. 사실 본능이라고 표현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느끼는 나의 진짜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엘리와 오스칼 모두 본능과 이성을 오가는 소녀, 소년이다. 하지만 엘리는 더 강한 본성을 갖고 있다. 사람의 피를 마시며 생존하는 뱀파이어로써 갖는 피에 대한 본성이다. 마치 이야기만 들으면 엘리와 오스칼이 달라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고 느껴진다. 영화 속에서 엘리가 오스칼에게 “난 너야. 너도 마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싶어하잖아.”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순간 오스칼은 강하게 부정하지 못한다.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 ‘코니’를 상상하며 칼로 찌르는 행위를 몰래 하곤 했기 때문이다. 오스칼은 마음 속에서 매일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렇게 오스칼도 표현되지 않았을 뿐이지 억압된 살인 본능이 있었다. 다만 이성적인 부분이 더 강했을 뿐이다. 어찌 보면 이 장면이 학교라는 생태계(?)속에서 생존 우위의 아래에 있던 오스칼의 본능이 발현되게 된 계기로서의 장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면에서 이 영화는 사람의 본능을 자극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느껴졌다.


 또 다른 이야기로, ‘사랑’을 말하고 싶다. 특히 포옹에 대한 것이다. 포옹은 투명한 둘 사이의 벽을 허물고 다가간다는 의미인 것 같다. 엘리가 처음 이사 온 날 혼자 칼을 들고 코니 흉내를 내던 오스칼은, 조용히 창문에 다가가 손을 댄다. 엘리와 오스칼 사이에는 첫 만남부터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던 것이다. 뱀파이어와 인간 사이에 놓인 벽처럼 말이다. 그런 둘에게 포옹은 의미가 있어보였다. 영화 속에서 오스칼은 먼저 엘리를 좋아했다. 그래서 오스칼이 항상 먼저 포옹 한다. 뱀파이어라서 사탕을 먹고 토하는 엘리를 보면서 도망가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혹은 그런 생각이 들었어도) 말없이 엘리를 안아준다. 그러다 나중에는 욕실에서 ‘라케’를 죽인 후 엘리가 먼저 포옹을 한다. 그리고 둘은 가볍게 키스한다. 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조금씩 벽을 허물어가던 둘이 사랑을 이룬 장면에서 감동을 받았다. 서로 다른 타인이 온전히 서로를 받아들이게 되는 모습이 좋았다.


 이 외의 사랑의 모습도 나타난다. 항상 엘리를 대신해 살인을 저지르던 아버지와 라케의 아내가 그렇다. 아버지는 후에 발각될 위험에 얼굴에 염산을 뿌려 신원을 감춘다. 염산을 뿌리는 그 순간에도 ‘이엘리...’하며 엘리의 이름을 말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자신의 피를 엘리에게 내어준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희생적인 사랑의 모습이었다. 또, 라케의 아내는 엘리에게 물렸다가 가까스로 살아난다. 하지만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엘리에게 오염되어 뱀파이어가 된 것이다. 점점 피에 대한 욕망과 본능이 올라오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한다. 그러다 병원에 묶여있게 된다. 후에 그녀는 의사에게 부탁해 블라인드를 올려 햇빛을 자신에게 비추게 하였고 결국 죽고 말았다. 아마 자신의 남편인 라케와 사랑하는 이들에게 피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이 또한 희생적 사랑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영화는 본능과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음 속에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가? '라는 질문을 갖게한다. 세상 사람은 모두 각기 다른 모습이다. 자신이 쓰로 바라보는 이미지,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이미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사랑과 증오라는 공통된 감정, 본능적인 느낌을 갖고있다. 그러나 이성을 갖고 있기에 그것을 절제하고 억압하며 살아간다. 이성은 사랑을 억압한다. 그러나 본능은 사랑을 움직이다. 오스칼은 코니에게 억압당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당하기만 한다. 하지만 엘리를 만나면서 코니에게 반항을 하게 되고 상처를 입히기 까지 한다. 엘리가 오스칼의 본능, 밤의 모습을 일깨워 준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자신을 알도록 해준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사실상 이들은 영화 속에서 언제 사랑에 빠졌는지는 알 수 없다. 사귀자는 오스칼의 말에 ‘사귀는게 지금과 같냐. 그럼 사귀겠다’고 엘리가 답한다. 그 때 오스칼은 ‘맞아’라고 한다. 둘은 이미 사랑을 공유하고 있었다. 단지 큐피트의 화살처럼 뿅 가는 사랑, 에로스적 사랑이 아니라 더 큰 개념의 사랑을 나누고 있었던 것 이다. 그것이 우정일 수도, 애증일 수도 있다. 이렇게 사랑은 본능이 드러날 때 발현되는 것이며 그 과정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가?'는 질문에 대해 영화는 되묻는다.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 속에서 사랑, 자유를 누려도 되겠느냐?’고 말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한국어 그대로 'Let me in?' 이 아니라 'Let the right on in' 이다. 스웨덴 어로 ' Låt den rätte komma in ' 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단어를 쪼개서 검색해보았다. Komma in이 '~로 들어가다'는 뜻이고, rätte는 '권리', den은 'The', Låt은 '~하자'의 의미다. 마치 내가 너와 함께 사랑을 나눌 권리를 이성적으로 만들어진 이 세상에서 가질 수 있냐고 말하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사람의 본능을 통해 엮어지는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랑을 누릴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억압될 수 없으며, 언젠가 발현되게 될 것이다.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로 갈게” 라는 엘리의 쪽지를 잊을 수 없다. 이들이 전하고 싶었던 건 아마 뱀파이어인 엘리가 뱀파이어가 아닌, 이들과 함께 사랑할 권리, 특별한 그가 평범한 이와 함께 사랑할 권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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