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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겸 Jan 21. 2020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1951)] Incongruous

그녀의 모습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

 블랑쉬는 남북전쟁 이전 남부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몰락한 지주의 딸로, 현실이 아닌 과거를 붙잡고 살아간다. 그녀의 자기 구원은 결국 실패한다. 가치관과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며 삶의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낭만적인 꿈에 사로잡힌 블랑쉬와 달리 스탠리는 곧 현실세계 자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성적이다. 화려했던 과거의 환상에 빠져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는 블랑쉬는 시대감각을 잃고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삶을 산다.


'그녀의 모습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다(incongruous).'


 블랑쉬는 비정상적인 성격의 어린 남자와 불안한 결혼을 하고 가정의 파탄을 맞게 되면서 동생 스텔라의 집으로 오게 된다. 하지만 벨 뤼브 농장의 보호 속에서 의존적인 삶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동생 스텔라의 집은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그녀는 환상 속으로 도피한다. 과거의 화려했던 기억은 그녀로 하여금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든다.


'현실은 싫어요(I don't want realism).
난 마술이 좋아요(I want Magic). (미치, 웃는다) 그래요, 그래요, 마술!

난 사람들에게 마술을 쓰려고 애를 써요.
사실이 다르게 사람들 눈에 띄도록 해 주고 있어요. 내가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사실이어야 할 일들이에요. 그게 몹쓸 짓이라면 나는 지옥에라도 가겠어요. 불을 켜지 마세요! '


  하지만 'want'라는 표현을 보았을 때 그녀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상황 속 선택의 기로에서 그녀는 스스로의 욕망으로 도망치는 것이다. 현실과 환상으로 정의되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괴리감, 불안감은 그녀를 더 추악한 결말로 몰고 갔다.

 결론적으로 극 속 블랑쉬의 말처럼 죽음의 반대가 욕망이라면 곧 욕망은 진정 죽을 수 없게 만드는 하나의 올가미다. 죽음을 사유할 수 없고 오로지 갈망만 하게 되는 에리식톤의 형벌을 스스로에게 내리는 것이다. 공허함에서 오는 불안감을 끌어안은 채 묘지 앞을 지나치게 되는 안타까운 결말인 것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서,
다음에 묘지행으로 가는 전차로 갈아탄 다음에 여섯 블록 가서 엘리지안 필드에 내리라고 했는데!'

(참고문헌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나타난 여성 주인공 연구 (송연옥, 학위논문(석사) - 한서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2008.2))


+

 그렇다고 그녀를 억지로 현실로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에게 공감하며 환상의 그늘 속에 숨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농장의 상실과 남편의 자살에 대한 죄책감, 이어지는 자신의 부정한 생활, 교사직 해고의 상황을 우리는 다만 그녀의 과거 지향적인 성향 때문이라고 보아서는 안된다.


'생각 없는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형제들이 - 솔직히 말해, 주색잡기로 땅을 먹어버린 거예요. (그녀가 허탈하게 웃으면서 안경을 벗는다.) 그 추잡한 말이 우리한테서 농장을 앗아갔어요.  결국 남은 건 - 스텔라도 그걸 보증할 수 있어요 -집채 하나와 이십 에이커 정도의 땅, 그리고 스텔라와 나만 남기고 모두 가버린 묘지뿐이에요.'


 삶을 지키려고 했었던 그녀가 몰락한 것에 책임을 시대도 함께 져야 한다. 어떤 시선으로 블랑쉬를 비춰보느냐에 따라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블랑쉬를 믿지 못하고 정신과로 보내게 되는, 현실로부터 느껴지는 그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단지 그녀가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기에, 이질적인 모습을 보이기에 무조건 의심해야한다는 논리로 보아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물질만능주의에 빠졌다거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다며 소외하고 배척하는 것보다 어떻게 그녀가 그렇게 되었는가를 여러 시각에서 비춰봐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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