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가겸

7월, 시작의 글

by 이가겸

2018년의 글


폭염이 몰아치는 한 낮, 억지로 집에 붙어있는 동생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 꿈 속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데,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옆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동생에게 미안했지만, 조금은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필요했던 것 같다.


우린 어떤 일에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무언가 시도하지 않았거나 스스로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 깊은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 <언어의 온도> 중


최근 상담치료를 중단하면서 점점 내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 걸 느낀다. 그래서인지 자꾸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한 선교사를 꿈꾼다는 19살 동생에게 최근 상처를 받고 마음에 우울감이 더 심해졌었다. 그래서 오늘 교회도 괜히 가기 싫은 마음에 토라져 오랫동안 잠을 자고 말았다.


무엇보다 가장 나를 괴롭혔던 건 어제 꿈에 나온 사람들이었다. 스쳐지나가는 얼굴들은 나를 부담스럽고 힘들게하는 인간관계 속 사람들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동생과 나누었다. 가만히 듣던 동생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언니, 난 언니가 22살 답게 살았으면 좋겠어.너무 많은 걸 놓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걸까?'


그 마음을 알아챈듯 동생이 이야기했다.


"마리오 게임을 한다고 예를 들어봐. 마리오가 잘 가다가 죽었어. 일반적으로 그러면 게임을 새롭게 다시 시작하잖아. 그런데 언니는 지금 '마리오'라는 캐릭터가 왜 죽었는지, 어떤 부분이 캐릭터의 결함인지만 생각하다가 결국 게임을 제대로 시작도 못해본채 그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거야. 난 인간관계도 그렇다고 생각해, 결국 다시 시작하면 되는 일이야."


내가 놓치고 있는건 '나'였다. 내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기력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결국 항상 꿈 속에 나왔던 사람들이나 내게 상처를 주었던 이들만 생각했다. 웃긴건 내가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마음을 돌려서 다시금 친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물은 흘러가야한다. 고이면 썩는다. 이전에 흘러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그렇다고 물이 흐르는 걸 막아버리면 악취가 난다. 그렇게 사람도 흘려보내야한다.


"언니가 아침에 일어나서 꿈에 나온 사람들, 과거에 언니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을 신경쓰는게 아니라 오로지 언니 스스로만 생각했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이라면 이타적으로 살라고 했겠지만, 언니는 너무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그들을 신경쓰는 사람이니까.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아도 될 것 같아.


'나는 오늘 이것이 하고싶다.', '나는 오늘 그것이 하고싶지 않다' 이런걸 생각해봐."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생의 말투와 눈빛에는 '언니가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어'라는 메시지가 녹아져 있었다. 난 나의 무기력과 우울의 원인이 '실패'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패는, 그대로 그냥 실패일 뿐이었다.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나를 사랑해야한다는 것이, 진정으로 삶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첫 걸음이라는 것을 성경을 통해 알았다. 하지만 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사랑하는지 알면서 모른척했다. 그렇게 자신감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답을 내렸다.


내가 집중해야하는 건 '나', 자신이다.


문득 여행과 사진, 연극이 생각났다. '영화' , '무대' , '사진' , '글' , '여행', '책' 생각만해도 설레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나는 비난하고 부정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부정한 것이야. 나는 22살 청춘을 낭비하면 안돼. 난 돈을 벌거나, 남들에게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만해. 1년 6개월 동안이나 휴학을 해놓고 지금 이게 뭐하는 거야. 더 열심히 살아야지. 얼른 장기 계획을 세우자"


이런 마음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적어도 최근 한달은 말이다. 점점 복학이 가까워 질수록 마음에 우울감만 찾아왔다. 하지만 오늘 '쉬고 또 쉬고' 카페에서 가벼운 해답을 얻었다. 그리고나서야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었다. '멍~'하게 살아도 될 것 같은 기분,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해보자는 설렘에 무거웠던 두 눈도 가벼워졌다. 나와 같은 청춘들이 얼마나 많은 숙제와 짐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들의 상처와 아픔, 짐들의 무게와 깊이는 스스로만 알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내 동생이 나에게 해준 것처럼 그들을 위로하고싶다.


"진심으로 , 정말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라는 눈빛으로 당신답게 당당히 살아가면, 무기력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이 끔찍한 시대를 위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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