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거기 있니?

첫 심장박동 소리

by yololife

드디어 바라던 임신 소식에 기쁘지만 너무 호들갑 떨지 않으려 했다. 사실 무진장 애를 썼다.

힘들었지만 드디어 바라던 임신을 했다고 여기저기 이야기는 하고 싶었지만, 들뜨지 않는 것이 나를 위해 더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시험관 과정을 알고 있는 친정엄마와 남편에게만 소식을 전했기 때문에 겉으로는 하루하루 차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어떤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어렵게 생긴만큼 지키는 것도 어려운 과정이 될 테지. 몸을 사리기 위한 작은 긴장은 필요한 것 같아서 들뜬 마음을 다잡았다.


하루가 더해가도 아직은 전혀 변화도 없는 배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너 거기 있니? 거기 있는 거지?"

응답 없는 너에게 나는 자꾸 마음속으로 묻고 있었다. 이런 게 설렘인가?



드디어 엄마가 되었다. 아직 시작도 안 한 것 같지만.

아직 세포에 가까운 너를 만나기까지 나는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넌 어떤 모습일까?

널 어떻게 키워야 할까?

내가 어떤 엄마가 될까?

내가 생각하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육아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데.. 어쩌지..

걱정만 앞서 가는구나.




병원에서는 '임신'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준 후 다음 예약일에는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 날이 다가왔다.

늘 그렇듯이 오랜 대기 시간 끝에 초음파실로 들어가 설레는 마음으로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은 "어? 어? 아기집이 두 개네요?"

".....! 네?"

"네 아기집이 두 개인 이란성쌍둥이예요."


믿기지가 않았다.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졌다.

그토록 한 아이를 만나기까지 마음고생한 것에 대한 보답일까? 두 아이를 한꺼번에 품게 되다니. 웬일이니.




결혼 전에는 늦게 결혼은 하고 싶은데 애는 두 명은 낳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늦게 가는 만큼 쌍둥이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가벼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무렵 90년대 그룹 "투투"의 보컬인 황혜영이 출연한 방송을 보게 되었다. 41세에 쌍둥이를 임신해서 자궁수축으로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하며 힘들게 버티고 어렵게 만난 과정이 방송 내용이었다. (사실 그때는 자궁수축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그 방송을 보고 과정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생각을 고쳐 먹었었다.


'쌍둥이 임신은 안 되겠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한 명씩 만나는 게 낫겠다. 쌍둥이는 생각하지도 말아야지.(생각한다고 될 일도 아니지만...)'



쌍둥이 임신은 너무 힘들어서 안 되겠다 싶었던 나에게 쌍둥이 임신이 찾아왔다.

의사는 예정과 달리 두 명의 심장소리를 들려주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쌍둥이에 대한 당황스러움 그리고 두배의 기쁨과 짧은 걱정을 잠시 내려두고 TV에서만 보던 심장박동 소리를 내 안에서 듣게 되다니 슬쩍 눈물이 고였다.


쌍둥이초음파.jpeg 두 개의 아기집 - 내 두 명의 아기들


35세 이상이라 시험관 시술로 배아를 3개를 이식하기 때문에 최대 세 쌍둥이가 가능은 하지만, 그동안 한 명도 되지 않던 임신이 두 명이 되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두 아이의 엄마가 동시에 된다.

과연 둘을 지켜 낼 수 있을까? 내 몸에 하나도 힘든데 둘이 들어갈 공간이 생기긴 할까?

가수 황혜영이 떠올랐고 그녀의 힘들었던 임신 과정이 떠올랐다. 그게 내 이야기가 될 줄이야.. 얼마나 힘든 과정이 될까?


하지만 걱정보다는 기쁨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은 너무 잘됐다며 기뻐해주기도 했지만 조심스럽게 두 명이 다시 한 명 되는 경우도 많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내가 임신을 준비하던 중에 아는 지인이 쌍둥이 임신이었다가 다시 단태아가 되어서 무척 힘들어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내가 노력을 한다고 해도 노력과 상관없이 도태될 수 있다고도 하지만 내가 노력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야겠다. 이 둘을 지켜내야지.


다시 배를 만지작거렸다.


"너 거기 있니? 아니지. 너희들 거기 있니? 우리 건강하게 만나자. 제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