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성 당뇨여도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임산부라면, 먹고 싶은 거 다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평소엔 통하지 않지만 임신을 했다면 남편이 자다가도 음식을 사 오거나, 평소 못 먹어봤던 음식도 '뱃속의 아기가 먹을 거니깐~' 란 핑계로 비싼 음식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울렁거리는 입덧이 끝나고 초기에 몸 사리는 시기만 끝나면 맛집 찾아다니며 이 음식, 저 음식 다 먹어보려고 마음속에 다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주 동안 3번의 입원을 했을 때는 병원밥으로 내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로망이었다. 출산 전부터 매일 아침 병원에서 미역국을 먹을 줄이야.
퇴원 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 공복 혈당 체크해야지.'를 생각한다. 공복 혈당을 빨리 체크하고, 지난밤에 참았던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딱히 좋아하는 음식은 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피 한 방울을 뽑고 나면 잘 먹어야 할 것 같은 묘한 심리가 생긴다.
임신성 당뇨는 일반 당뇨보다 수치가 더 타이트하다. 공복 혈당은 60~80 mg/dL 사이, 식후 2시간 후 120 mg/dL 미만이다.
공복과 식후 2시간 체크로 하루 총 4번의 피를 봐야 한다. 그 수치를 잘 수첩에 기록해서 다음 내과 진료 때 의사가 혈당을 보고 계속 식단으로 관리를 해도 될지, 아니면 인슐린 주사를 매일 놔야 할지가 결정된다.
임신성 당뇨가 있는 임신부가 먹고 싶은 대로 먹다가는 당 수치가 올라가 임신중독증까지 부를 수가 있다고 하니 진짜 조심해야 하기도 하고, 시험관 시술로 이미 자가 주사를 놓아서 그런지 인슐린 주사는 정말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 식사 후 혈당이 높아지므로 아침은 적게 먹고 밥, 빵 같은 탄수화물은 당을 아주 쉽게 높인다.
채소를 위주로 섭취하는 게 좋고, 설탕, 아이스크림, 초콜릿, 케이크, 탄산음료 등 단순 당이 많은 식품은 안된다. 김치, 장아찌, 젓갈 등 염장 식품도 피해야 하고 밥은 흰쌀밥 대신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먹어야 한다.
원래는 운동이 필수인데, 내 경우에는 쌍둥이 임신이라 조산기까지 있기 때문에 눕눕 생활을 해야하는지라서 운동을 아예 할 수가 없다. 집에서 걷는 것조차 나에겐 사치다. 탄수화물 등 당이 있는 걸 조금이라도 높게 먹더라도 좀 걷는 다던지 운동을 하면 당이 내려가는데 해소를 할 수가 있는데, 나는 오로지 당을 낮게 섭취하는 방법밖에 없다.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주 조금 먹어야 했다. 요거트도 무당으로 먹어야 하고 고구마도 평소에 큰 거 기준으로 한 개 이상을 먹는데 반 정도 먹으면 끝내야 한다. 시작도 안 했는데, 끝나는 느낌이 싫어서 고구마를 아주 조금씩 천천히 음미한다.
처음 며칠은 난임기에 했던 대로 잘 실천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참기가 힘들어졌다. 아이들은 내가 잘 먹어야지 잘 자랄 테고, 입덧을 안 하는 먹덧이라 먹긴 해야 하고 먹고 싶은 거라고는 그동안 못 먹었던 치킨, 피자, 짜장면, 짬뽕 등 기름진 음식이나 김치찜, 삼겹살처럼 먹고 나서도 위에 긴 여운이 남는 음식들이 당겼다.
하지만 난 두 아이의 엄마니깐! 해내야지!라고 굳게 생각하고 우리 아기들은 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내가 흔들리면 안 되지란 생각으로 식사시간마다 그리고 간식시간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
하지만 1분 1초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싶은 법인지 혈당이 높을 걸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초콜릿은 더 간절하게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렇게 떠오르는 음식들을 머릿속에서 간절하게 원하면서 최소 2달 이상을 어떻게 버티지?'
사람이 궁하면 길이 있는지, 계속된 인터넷 검색으로 여러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빵이 먹고 싶을 때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었다. 통밀빵에 소스는 아주 조금만 넣고 나머지는 야채이기 때문에 좋은 한 끼가 되었다.
피자가 먹고 싶을 때는 통밀 또띠아를 사서, 토마토소스를 조금 바르고 고기와 야채를 듬뿍 올려 에어프라이기에 구우면 정말 맛있었다.
파스타가 먹고 싶을 때도 통밀 파스타에 크림소스에 관자, 양송이버섯, 양파 등을 듬뿍 넣어 먹어도 당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좋아하는 '초코 브라우니'가 항상 머릿속에서 나를 유혹할 때는 '당뇨 앓는 엄마에게 초콜릿 케이크를 드리고 싶어서 시작했다'는 한 기업의 대표의 기사가 떠올라 초코 맛이 나는 콩 브라우니를 인터넷 택배로 구입해서 먹었다.
두유도 여러 두유를 먹어 보았지만 보통은 당이 들어있어서 다 탈락하고 당이 들어있지 않은 구수한 맛의 두유를 찾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때론 배고프진 않은데 심리적 허기감에 씹고 싶을 땐, 무당 드링킹 요거트에 무당 뮤즐리를 섞어서 씹어 먹으면 해소가 되기도 했다.
Photo by Heather Barnes on Unsplash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듯이, 당이 없어도 당 같은 맛을 찾아내는 묘한 재미가 느껴졌다.
"이렇게 먹어도 당이 괜찮네?" 식후 2시간에 재는 혈당은 짜릿한 느낌마저 있었다.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구나'를 새삼 느끼며 이렇게 임신성 당뇨도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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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Charles Deluvi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