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에게 내 모든 것을 보낸다.

쌍둥이들아, 엄마가 고생이 많다.

by yololife




그동안 3박 4일 정도의 입, 퇴원은 세 번 정도 하였고 산부인과에 들러 태동검사를 한 후에 수액을 맞고 집에 돌아온 적도 있었다.

세 번째 입원을 했을 때는 꽤 대형 산부인과였음에도 분만실 의사는 대학병원으로 전원 하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전에도 하루에도 몇 번씩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게 좋을지 아닐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언젠가 옮길 거라면 지금 옮기는 게 나을지 아니면 조금 더 있다가 옮기는 게 나을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오늘 당직인 처음 본 분만실 의사보다는 내 담당의와 이야기한 후에 결정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입원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날 진료가 없었던 담당의는 분만실로 와서 나를 만났다. (아마 병원 내 다른 업무 중이었던 것 같다.)

대학병원 전원을 해야 할 정도냐고 나는 물었고, 의사는 전원을 하고 싶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경험이 많은 의사를 신뢰하고 있었기에 전원은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담당의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하겠다고 했다. 의사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학병원에 가면 더 고생할 수 있다고, 의사는 자기를 믿어달라고 했다.

어떤 선택이 옳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가는 쪽으로 일단은 산부인과에 남기로 했다.



드디어 임신 26주.


너희 쌍둥이들은 세상 구경을 하고 싶은지 자꾸 신호를 보내고, 나는 온 힘을 다해 '오늘 하루만, 이번 한주만 버티자'의 생각으로 간절하게 막고 있다.

너희를 만나고 싶지만 아직은 800 그램도 되지 않는 너희들을 만나고 싶지 않아서 회사에는 양해를 구하고 예상보다 빨리 일찍 휴가를 쓰기로 결정했다.


남편은 혼자 집에서 눕눕 하는 나를 두고 회사를 나가는 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했다.

아침밥은 차려주고, 점심밥은 있는 반찬 차리기만 해서 먹고 저녁은 남편이 돌아와 같이 먹는다.

임신성 당뇨로 혈당을 피해 살은 쪄야 너희들은 자랄 테니 우리는 먹는 게 늘 고민이다.

움직이지 않고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때문인지 소화가 되지 않는다. 소화는 되지 않지만 음식을 먹어야 한다. 식욕은 왕성해서 오늘도 맛있는 밥을 먹어보지만 얼마 먹지 못하고 배가 불러 이내 젓가락을 놓게 된다. 나는 자꾸 살이 빠진다.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가 찌지 않는 살 때문에 너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평소엔 볼살이 제일 빨리 찌고 제일 늦게 빠졌는데 지금은 볼살이 많이 빠졌다. 다른 곳도 살이 빠지고 배만 불러온다. 그래도 너희들은 커가고 있구나.

입술도 자꾸 튼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함부로 바를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눕눕 하지만, 정작 등을 침대에 붙일 수가 없다.

등을 침대에 붙이면 내 안의 온 장기가 양 옆으로 쏠리는 것 같다. 똑바로 누우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도 차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오른쪽 갈비뼈가 아프고, 왼쪽으로 누우면 왼쪽 갈비뼈가 아프다.

엎드리는 것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그나마 왼쪽으로 누우면 아기한테 더 좋다길래 선택은 왼쪽으로 누워 자는 것이다.


배가 나오면서 허리도 아프다. 임산부 베개도 이렇게 저렇게 놓아보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은 10주 이상은 어떻게 자야 할지


침대에 머리만 대면 바로 잠들던 예전의 나는 까마득하다. 남편은 피곤한지 침대에 머리만 대면 숙면에 빠진다. 그런 남편이 부럽다. 엄마이기 때문에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이다.

어렵게 잠이 들었는데 화장실이 가고 싶어 눈이 떠진다. 얼마나 잤지? 하고 시계를 보면 겨우 1~2시간 잤다. 하아 어떻게 든 잠인데.


손발에 쥐가 나려고 한다. 혈액 순환이 잘 안돼서 그러는지, 남편이 자주 주물러주지만 그때뿐이다.




온종일 내 몸이 보내는 신호로 너희들을 온몸으로 느낀다.

너희와 탯줄로 연결되어 있지만 내 마음도 온통 너희와 함께 숨 쉬고 있다.

나는 지금 힘들지만, 너희가 잘 크고 있기 때문에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너희가 옆으로 돌면서 내 옆구리를 발로 뻥 차고, 손으로 내 갈비뼈 쪽을 차는 순간은 아파서 '윽!'하고 뱉지만, 이내 얼굴도 아직 안 본 너희들의 존재감에 행복해진다.


오늘 하루도 버텨줘서 고마워.

우리 좀 더 자라서 만나자.


내가 힘들 수록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깐 너희들에게 내 온몸을 내어줄게.

내 안에서 건강하게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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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Tim Mosshold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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