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로 4박 5일 입원 중 내일이면 퇴원을 한다. 퇴원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어 조금 움직일 수는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계속된 통증으로 퇴원해서 통증은 어떻게 견디나? 란 걱정이 든다. 아직까지 한발 한발 떼는 게 힘든데 퇴원을 하라니. 머릿속엔 온통 '아픔'과 '초유'에 관한 생각뿐이다. 난생처음 펼쳐질 수유의 경험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간호사는 코로나로 모자동실을 할 수가 없어서 유축을 해서 초유를 젖병에 담아 신생아실에 전달해달라고 했다. 처음 사용하는 유축기와 젖병을 앞에 두고 깜깜하다. 처음에 바로 초유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일정한 시간을 간격으로 유축기를 사용하다 보면 초유가 나온다고 했다.
퇴원하기 전날, 노력 끝에 초유가 나오기 시작했다. 신생아실에 전달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아주 작은 양이 나왔다. 그렇게 엄마의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표현하기 힘들지만 아주 오묘한 느낌과 작은 성취감이 느껴졌다.
초유가 담긴 젖병을 들고 신생아실로 가려고 하는데, 신생아실에서 전화가 왔다. 신생아실에서 전화 왔다는 말에 순식간에 긴장감이 들었다.
"신생아실인데, 내일 퇴원이시죠?"
"네 맞아요."
"면회하러 오셨을 때 첫째 아기 얼굴이 조금 노랗게 보이셨죠? 지금 첫째 아기가 황달이 심해서 발바닥에서 혈액을 뽑아서 검사했어요. 생리적 황달이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지금은 광선치료 중으로 아기 눈을 가리고 햇빛을 쬐는 기계에서 치료 중이에요. 신생아 황달은 흔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다만 내일 퇴원하실 때 아기가 같이 못 갈 수도 있어요."
"그럼 얼마 후에 데려갈 수 있는 거예요?"
"그건 아기마다 달라서 장담하기는 힘들어서 뭐라 말하기가 그렇네요. 빠르면 이틀 뒤가 될 것 같아요."
"그럼 아기랑 같이 제가 퇴원을 늦게 해도 될까요?"
전화를 끊고 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기가 언제 퇴원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아기를 병원에 남겨둔 채 나는 퇴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육아에 'ㅇ'자도 모르는 지라 황달이 뭔지도 몰랐다. 간호사가 이야기한 "흔한 현상"이라는 말에 조금 안심이 되긴 했지만, 황달 검사로 2kg도 안 되는 아기의 조그만 발바닥에서 혈액을 뽑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신생아 황달은 흔한 현상이긴 했지만, 그중에서는 또 심각한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었다. 신생아실에 들어갈 수도 없고 아기를 볼 수가 없어서 조금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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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을 거야. 아무 일 아닐 거야'란 말로 하루 동안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퇴원하는 날이 되어 퇴원 수속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아기를 데리러 향했다. 산부인과 퇴원하는 날, 간호사는 나의 둘째 아기를 데리고 나와서 나에게 안겨주었다. 아주 작은 둘째 아기가 배냇저고리를 입고 겉싸개에 예쁘고 정성스럽게 싸여 쌔근쌔근 자고 있는 채 나에게 안겼다. 네가 세상에 나온 지 5일 만에 엄마와 이렇게 만나는구나. 간호사는 아기의 건강상태와 특이사항 등을 알려주었다. 첫째 아기는 역시나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 건강 상태가 어떤지 간호사에게 구두로만 들었을 뿐이다. 간호사는 매우 바빴고 내 주위에는 그날 퇴원하는 여러 산모들이 분주하게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경황이 없어서 첫째 아기 얼굴 한번 보여달라고 이야기도 못했다.
조리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온 마음이 첫째 아기 걱정으로 가득했다. 어떤 이유에서건 엄마, 아빠 없는 그 병원에서 홀로 남겨져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태어나자마자 코로나로 엄마 손 한번 잡아보지도 못하고 엄마의 품 조차 느껴보지 못했는데, 엄마가 너를 두고 먼저 퇴원했구나.
어서 황달이 끝나고 너의 손을 잡아보고, 하루 종일 안고 싶다.
우리 어서 만나자.
강하게 이겨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