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이 진짜 천국인지 알았어요.
조리원은 천국이에요
이 말만 믿고 조리원에 들어왔다. 휴가를 가면 머무르는 호텔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하지 않을까? 삼시세끼 밥도 주고 편히 쉴 수도 있고, 수유 콜이 자주 와서 힘들긴 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천국이라니깐 기대가 됐다.
내가 머무르는 조리원은 길게 시원하게 뻗어있는 복도가 있어 방에서 나와 햇살을 맞으며 왔다 갔다 돌아다닐 수가 있다. 복도 가운데에는 신생아실이 있어서 아기들을 볼 수가 있다. 방안은 채광이 좋고, 뷰도 멀리는 산이 보이고 뚫려있어서 답답하지 않다. 친구가 머물렀던 곳을 추천받아서 온 곳이라 분위기가 좋았다.
조리원에 들어왔지만, 나는 여전히 한 발을 떼기 힘들 정도로 배가 아프다. 왼쪽으로 누우면 장기인지 뱃살인지 배 전체가 왼쪽으로 쏠리는 느낌이고, 오른쪽으로 누우면 오른쪽으로 쏠리는 아픔이다. 언제 나아질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로 조리원에서의 프로그램 산후 요가, 손발 조형물, 모빌 만들기, 산후 체형 관리 등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고 했다. 애초에 나는 아프니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터라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냥 밥 먹고 누워서 쉴 수 있겠구나. 조리원을 나가기 전에 몸을 최대한 회복해서 나가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조리원에 들어온 지 이틀 만에 말로만 듣던 젖몸살이 왔다. 온몸에 열이 나고, 양쪽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뭉쳤다. 밤에 아프기 시작해서 자고 나면 좀 괜찮아지는 건가? 하고 자고 일어났지만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너무 아파서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젖몸살이 진짜 무서운 것이구나를 새삼 느꼈다. 급하게 가슴 마사지를 해주시는 선생님을 찾아가서 마사지를 받고 약을 먹고 한참 후가 지나서야 나아졌다.
그 이후로는, 젖몸살이 또 와서 아플까 봐 무서웠다. 안 그래도 배가 아픈데, 몸살까지 오니 진짜 기력이 너무 없었다. 하루에 유축을 8~10회 정도 해야 양도 늘고 젖몸살도 오지 않는다고 해서 3시간에 한 번씩 빼먹지 않고 수유하려고 노력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나에게는 수유 콜을 하지 않으셨다. 나도 너무 힘이 들어서 수유를 하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몸이 조금만 더 나아지면 이야기드려서 아기들에게 직접 수유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 이제 막 2kg가 된 첫째는 빠는 힘이 없어서 모유수유를 하기가 어려웠고, 둘째 아기에게 처음으로 직접 모유수유를 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부터 열심히 수유해야지.'
새벽에 12시, 3시에 자다가 겨우 일어나 비몽사몽 유축을 한다. 옆에서 알람 소리도 못 듣고 푹 자고 있는 남편이 부럽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다. 남편이 일어나도 딱히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으니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신생아실에서 젖병을 가져오고 난 후 유축하는 데는 보통 30분이 걸린다. 유축한 젖병을 신생아실에 가져다주고 다시 침대에 누워본다. 한번 깨버린 잠이 다시 오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린다.
오전 6시가 되면 모자동실이 있어서 전화벨이 울리면 새벽부터 목욕을 마친 아기들을 방으로 데려온다. 2시간 동안 아기들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응가를 하면 물로 씻긴다. 아기들이 신생아실로 돌아가면 8시에 아침밥이 도착한다. 8시에 밥을 먹고 세수하고 양치질까지 하고 난 후 1시간 정도 눕는다. 일어나 오전 간식인 과일이나 주스를 한잔 마신다. 오전에 있는 가슴 마사지나 산후마사지를 하러 1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가기 전에 유축을 한다. 그리고 마시지를 받고 나면 점심밥이 도착을 한다. 점심밥을 먹고 나서 다시 유축을 한다. 다음 유축을 하기 전까지 2시간이 있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다. 라며 잠깐 눈을 붙여본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유축을 하고 나면 저녁밥이 도착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바로 저녁 모자동실이 있다. 2시간 동안 아기들을 보고 난 후, 저녁 야식 죽을 먹을 수 있다. 그렇게 밤 9시가 되면 또 유축을 한다.
코로나로 아무런 프로그램을 하지 않는데도 조리원에서의 하루 일과는 무척 바빴다. 조리원에 간지 이틀 만에 '조리원이 천국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정말 무지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무언가를 먹거나 유축하거나.. 원초적인 하루하루가 이어져갔다. 엄마가 돼서 숭고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긴 하지만 뭔가 마음 한 구석엔 짐승이 된 느낌이 가끔씩 솟아난다. 조리원에서의 생활이 이런 지 미처 몰랐다. 오히려 몰랐던 게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가만히 누워서 조금은 긴 잠을 자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유축을 하지 않으면 다시 젖몸살이 올 테고, 유축을 해야 하니 길어야 2시간마다 깨야했다. 이런 생활이 천국이라면, 조리원을 나가면 얼마나 더 힘든 걸까? 누군가는 '조리원이 마지막 천국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나마 조리원에서는 밥은 누군가 해주지 않나.
산후조리원에서 나는 지금 산후조리하고 있는 걸까? 몸이 언제 회복될 수 있으려나? 이렇게 피곤하고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데. 생각지 못한 유축이란 복병을 만나고 비로소 육아 세계의 첫 번째 쓴맛을 맛보았다. 당분간은 유축의 늪에서 빠져나오긴 힘들겠지? 집에 가면 아기들을 돌보고 밥주고 씻기고 재우고 그럼 난 언제 산후조리를 할 수 있는 걸까?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Johannes Pleni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