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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Jan 07. 2021

매일 밤 아이와 함께 춤을

어느샌가 아이들은 저녁 6시쯤 해가 어둑해지는 시간이 되면 보채기 시작한다. 그전까지 컨디션이 무척 좋다가도 그 시간만 되면 돌변한다. 아직 잘 시간도 아니고 밥도 먹었고 기저귀도 갈았는데 어디가 불편한지 계속 둘이 번갈아가며 울었다. '밤이 오는 게 그렇게 싫은가?' 한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한 아이가 따라 울었다. 친정엄마와 둘이 육아를 하지만, 둘이 같이 보챌 때는 엄마와 나는 정말 기진맥진한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 해봐도 소용없다. 그러다가 안아주면 괜찮아졌다. 한참 안아주다가 표정이 좋아지고 웃기도 해서 침대에 다시 내려놓으면 울고 불고 난리가 난다. "너희들은 엄마를 원하지만, 엄마는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다." 친정 엄마도 건강한 편인데도 아이들을 한참 안고 나면 허리가 아프시다고 한다. 그럼 난 또 육아 때문에 엄마가 아픈 건 끔찍이도 싫어서 속이 상한다. 한 아이가 그나마 괜찮아지면 또 다른 아이를 안는다. 그렇게 매일 저녁시간을 버틴다. 원더 윅스인가? 하고 인터넷에 찾아보면, 사실 원더 윅스인 때나 아닌 때나 기간적으로는 명확하지가 않다. 그냥 매일이 원더 윅스인 것 같은 느낌이다. 


아직 신생아 티를 못 벗는 아이들이 부리는 때라 다 받아주고 싶기는 하지만,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고 피로가 계속 쌓이니 가끔은 저 배꼽 밑에서 끓어오르는 짜증이 솟아난다. 아이들이 나의 인내심을 테스트해보는 건가? 싶은 생각을 하는 날이 많다. 나는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는다. 화가 잘 나지 않고 딱히 짜증도 나지 않아서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는 편인데도, 육아는 별 수가 없다.

마음속으로 삭히는 날이 대부분이지만, "엄마 허리가 아프니까, 우리 이제 흔들의자에 앉아볼까?" 하고 내려놓기만 하면 대성통곡하는 날은 나도 어느새 아이와 같이 울고 싶다. 


인터넷에 '우는 아기 달래기'를 검색해봐도 결론은 답이 없다. 이론과 현실은 다른 법이니까.

맘 카페에 나와 같은 고민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것에 그나마 마음의 위로를 해본다. 이 시기에는 많이 그렇다고 하니깐. 우리 아이만 그러는 건 아니니까.

댓글에 '많이 안아주세요. 아이와 애착에 좋으니깐요." 이런 글을 볼 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쌍둥이인 우리 집에선 그렇게 안아주다가 진짜 내가 못 걸어 다니겠다 싶어 마음이 답답하다.

"그냥 시간만이 답이에요." 댓글을 보고는 '그냥 마음을 비우자.'라고 다시 다짐해보지만, 얼마 가지 못한다.


아이를 안고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정말 힘들다. 빨리 이 시기가 지나갔으면. 시간만이 답이라니...'

하루하루를 버티며 보내는 기분이다. 




그날도 아기 1호가 보챘다. 겨우 달래주고 나서, 아기 2호를 안았다. 허리가 아파서 마음속으로 '또 안아야 하는구나.' 하고 짜증이 밀려왔다. 쌍둥이를 키우면서 힘든 게 하나 겨우 해결했는데 또 새로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거였다.

그런 마음으로 아기 2호가 안았는데 아기 2호가 크게 울다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늘 그렇지만, 그 미소 하나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엄마가 안아주는 게 그렇게 좋니?"

아기를 안고 멀리 퇴근길 차로 빼곡히 채워진 도로를 멍하게 바라본다. 그러다가 그 뒤로 노을이 지는 것을 보니 좀 전의 나를 힘들게 했던 생각들이 누그러진다. 항상 그 시간에는 아기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조용한 자장가 음악을 틀어놓는데, 그 음악에 아기를 안고 둥가둥가하니 문득 생각이 스쳤다.


"내가 아기랑 커플 춤을 추고 있구나!"


지금까지는 내가 아기를 안아준다고 생각하고 케어해야 하는 존재가 둘이나 있구나 하는 마음에 조금은 벅차서 그런지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이 아기랑 춤을 출 수 있는 시간이구나.'라고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언제까지 아기랑 춤을 출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텐데 이렇게 애틋한 시간을 나는 그냥 빨리 흘러가라고 했구나. 언젠가는 이 시간을 추억할 텐데.'


그런 생각이 들자, 안고 있는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우리 이 시간을 같이 즐기자. 너와 내가 춤을 추는 시간으로.

아기를 안고 잘 모르는 스텝을 밟아본다. 내 표정이 훨씬 밝아지니, 아기도 더 즐거워한다. 


나는 매일 저녁노을이 지는 퇴근 시간, 아이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라고 생각하니, 이전처럼 짜증이 나지 않았다. 물론 허리는 아팠지만 춤을 추며 스텝을 밟으니 약간 덜 아픈 느낌도 들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가 이럴 때 하는 말인가?


두 가지의 깨달음을 얻는 엄마의 하루가 또 지나간다.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Preillumination SeT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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