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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Jan 08. 2021

단 한 번의 백일잔치 준비

엄마 인생 100일 차

백일잔치는 2020년 여름에 진행했습니다. 그때의 순간을 지금 남겨봅니다.




쌍둥이를 가진 부모로, 셋째 계획은 없는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백일잔치를 준비할 시간이 다가왔다. 

처음부터 백일잔치는 집에서 셀프로 할 생각이었다. 백일 사진은 사진관에서 찍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자꾸 나가려고 하면 움츠러든다. 간소하지만 썰렁하지 않은 생일상을 차리고 사진은 최선을 다해 내가 찍기로 했다.

집이 넓지 않아서 양가 부모님들이 토요일과 일요일 오셔서 따로 함께 사진도 찍고 축하를 해주시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에 보면 정말 어떻게 100일도 되지 않은 아기를 육아를 하면서 예쁘게 꾸며서 셀프로 촬영하는지, 다들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나?라고 호기롭게 시작했다. 


백일을 준비하면서 나는 하나의 지키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 

쓰레기를 최대한 많이 만들지 말고, 단 하루를 쓰기 위해 뭘 따로 제작한다거나 소품을 위해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한 인테리어 용품을 사지 말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지구에, 아이들을 기념해준다고 쓰레기를 만드는 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들 한복은 인터넷을 통해 대여할 예정이었고, 우리는 있던 옷을 입기로 했다. 아이들이 사진 찍을 때 앉을 의자는 아는 쌍둥이 지인이 준 점보 의자가 마침 있어서 그걸 활용하기로 했고, 한복 대여점에서 저렴하게 의자보를 대여해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간단할 줄 알았던 아기들 한복 고르는 데 저렴한 가격에 좋은 퀄리티를 찾다 보니 며칠 걸렸다. 백일잔치 소품은 예전에 엄마 환갑잔치할 때 소품 대여를 해봤는데 왠지 집에 있는 걸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대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은 뭘 놓을 긴 테이블이 있어야 했는데 집에 식탁으로 쓰고 있는 긴 테이블이 있었고, 예전에 하얀 원단이 하나 필요해서 사놓은 게 있었는데 그걸로 테이블보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테이블 위에는 과일을 담을 나무 바구니가 두 개가 필요했는데, 그건 원래 집에서 사용 중인 나무 접시를 놓고 꽃병에 꽃을 양쪽에 꽂아 놓을 예정이었다. 백일 떡은 대량으로 주문하지 않고 당일날 근처 떡집에서 당일 팔려고 나온 백설기를 여러 개 사고 가족들과 함께 먹을 다른 떡들도 함께 샀다. 다행히 내가 간 떡집의 백설기는 여러 색깔도 있고 모양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백일 케이크도 빠질 수 없어서 근처 빵집에서 아무 데코가 없는 하얀 생크림 케이크를 샀다.


하나 고민되는 건, 백일이라는 문구가 적힌 가랜드였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아기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제작한다거나 대여를 하던데, 그렇게 하는 건 목표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나는 고민 끝에 스케치북을 예쁘게 자른 후 "백일"이라는 글씨를 내 영혼을 끌어내 최선을 다해 감성 있게 썼다. 그리고 꽃집에서 심사숙고해서 고른 꽃들을 꽃병에 꽂은 후 꽃 두 송이를 따로 빼내어, 가랜드 위에 꾸몄다. 가까이서 보면 허접하기 그지없지만, 사진으로 찍어놓으니 딱히 내 느낌이지만, 느낌이 있어 보였다. 


테이블을 이렇게 채운 후, 조금 썰렁한 공간은 색이 너무 화려하지 않고 하얀색 위주의 아기들의 육아용품으로  꾸몄다. 아이들이 사용 중인 젖병과 애착 인형 그리고 딸랑이들을 배치했다. 





준비를 다하고 나니, 그렇게 힘든 것은 없었지만 결정하기까지 많은 욕심 사이에서 몇 날 며칠을 망설였다. 예쁜 풍선도 하고 싶었고, 아이들이 더 예쁜 의자에 앉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사고 싶은 의자의 욕심도 뿌리치느라 힘들었다. 장수를 의미하는 명주실도 있었으면 좋겠고 여러 예쁜 소품들이 욕심을 내면 끝이 없었다.

하지만, 그 욕심을 이겨내고도 마음에 든 백일상을 차리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의 그날 컨디션은 고려하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처음 입혀보는 한복이 아이들이 불편해서인지 칭얼대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둘러 빨리 하고 끝내려 할수록 아이들은 더 크게 울었다. 또 평소에 못 보던 시댁이나 친정 부모님을 보니 아이들도 조금 정신이 없었나 보다. 쌍둥이라서 한 아이가 의자에 잘 앉아있고 다른 아이를 앉히려 하면 처음에 앉아있던 아이는 의자를 벗어나고 싶어 했다. 결국에는 둘 다 돌아가면서 울다가 대성통곡 울음바다가 되어서 엄마의 몇 날 며칠의 준비는 아주 짧게 사진 몇 장을 남기고 지나가버렸다. 왜 백일 사진에 그렇게 우는 아이들의 사진이 많은지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백일잔치는 소박하게 가족과 함께 조용히 지나갔다. 하지만 그 날의 기억은 오래갈 것이다. 

소품 대여를 한 번에 했으면 더 쉽게 끝날 수는 있었겠지만, 아이들이 잠깐 잠든 사이 틈틈이 뭘 어떻게 놓을까 생각하면서 피곤했지만 백일잔치를 상상하며 재미있었다. 쌍둥이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하루를 함께 잘 보냈다. 100일 동안 건강히 잘 지내왔던 것처럼, 앞으로 200일, 300일도 잘 부탁한다. 100일 동안 고생했어. 너희들도. 그리고 나도. 그리고 남편과 친정엄마.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Jason Leu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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