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lolife Jan 12. 2021

수면 교육이라며, 너를 울린 거 미안해

아기들이 생후 50일쯤 지나기 시작하고 쪽잠을 자면서도 유튜브와 책을 통해서 여러 육아 상식을 접했다. 그 전에는 워낙 육아 준비를 못해서 부랴부랴 발등에 떨어진 듯 공부를 했다. 먹고 싸고는 워낙 잘해서 걱정이 없어서 그랬는지 잠에 관해서 많은 영상을 봤다. 


사실 결혼 전에 TV에서 본 다큐멘터리 중에 외국 아이들은 혼자 침대에서 자고 옷도 스스로 골라 입고 양치도 스스로 하는데 우리나라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자고 옷도 입혀줘야 하는 등 비교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도 아이들이 스스로 자립심 있게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우리는 쌍둥이라서 처음에는 한 방에서 아기 침대 두 개를 놓고 한 명은 그 침대 가운데서 자고, 한 명은 바로 옆방 안방에서 침대에서 교대로 돌아가며 잠을 잤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아이들이 수유 텀도 다르고 깨는 시간이 달라서 한 아이가 깨면 다른 아이가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같이 깨서 동시에 울었다.

쌍둥이를 한 방에서 재우기는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어 한 아기는 그 방에 침대를 두고, 한 아기만 안방 침대 옆으로 아기침대를 옮겼다. 바로 옆방이어도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으니 서로가 서로를 깨우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모든 엄마가 그렇겠지만 수면교육에 나 또한 고민이 많았다. 무엇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는 쌍둥이 두 명을 안아서 재우려니 허리도 너무 아프고 손목과 손가락이 정말 너무 아팠다.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폈다 오므렸다 하는 게 뚝뚝 끊기듯이 뻑뻑했다. 겨우 시간을 내서 병원을 가보아도 의사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법 밖에는 답이 없다면서 약을 먹어도 귀한 시간을 내어 물리치료를 해보아도 아무 차도가 없었다. 집에서는 틈날 때마다 온찜질도 해보고 셀프 테이핑을 손가락, 손목에 감아보기도 했지만 아침마다 손가락 한 마디 한마디를 펴는데 온 관절을 느끼며 겨우 펴지는 건 변함이 없었다. 육아를 하는데 손가락과 손목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있나. 


수면 교육 영상이나 책을 보면 일찍 시작하면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고 했다. 시간이 흐른 다음에 시도하면, 오히려 아기는 이미 적응해서 바꾸기가 힘들다고 했다. 우리는 빨리 수면 교육에 들어가기로 결심을 했다. 수면 교육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안눈법'을 해보고 통하지 않으면 '퍼버법'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 


안눈법
침대에 눕히고 울면 안아주다 그치면 다시 눕히기를 반복(너무 힘들지만 아기가 우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법인 듯)


퍼버법
같은 시간대에 아기에게 잘 자라고 인사를 한 후 눕히고 나와 울어도 달래주지 않고 처음엔 3분 기다렸다가 들어가서 안아주고, 점점 4분, 5분 후 시간을 늘려가며 기다렸다가 다시 들어가서 달래주고 나오는 방법



73일째가 되는 날부터 밤 8시가 되면 거실에서 방 침대로 이동을 했다. 방에 불을 어둡게 해 놓고, 아기 수면 음악을 틀었다. 항상 아기를 안아서 둥가 둥가를 하다가 잠이 들면 침대에 내려놓았는데, 그 날부터는 등을 붙이고 잠들기 교육을 시작했다. 아이는 역시나 침대에 내려놓자 마자 울었다. 다시 앉아서 둥가 둥가를 하다가 기분이 좀 괜찮아진 것 같으면 다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아기는 다시 싫은지 울었다. 그렇게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가

신기하게 아기 1호는 잠이 들었다. 며칠이 지나면서 바로 자지는 않았지만, 한참 두리번거리다가 토닥여주니 등을 붙이고 잤다.


아기 2호에게는 아기 1호처럼 그 방법이 먹히지 않았다. 아기 2호를 들었다 놨다 반복을 하다가 결국 허리와 손목, 손가락은 더 안 좋아졌다. 차라리 그냥 안아서 재울까? 생각이 들었지만, 퍼버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책과 영상에서는 퍼버법이 마음은 아픈데, 앞으로 혼자 자야 할 아이를 위해서라도 마음 굳게 다잡고 며칠 정도 시도하면 점점 아기가 잠이 드는 시간이 짧아진다고 했다. 아기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면, 점점 혼자 잠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면교육 첫날은 3분 우는 걸 기다리다가 들어가서 달래주고, 다시 진정이 되면 내려놓았지만 다시 울었다. 그러다가 4분 우는 걸 기다리다가 들어가길 반복했다. 방 밖에서 기다리는 1분이 정말 길었다. 그냥 들어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볼까?를 수도 없이 생각했다. 친정 엄마는 안절부절못하셨다. 옛날에는 아기를 울리지 않고 키웠다는데, 수면교육이라고 아기를 울리는 걸 놔둬야 하는 것에 대해 엄마와 나와 이견이 있었다. 아기는 4번 시도 끝에 조용히 잠이 들었다. 잠이 든 건지 지쳤는지 첫날 마음이 정말 아팠다. 

'육아 초보인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 

'내일은 무사히 잘 수 있을까?' 


수면 교육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하지만 수면 교육 시도 4일째 되는 날은 1번 시도 끝에 아기가 혼자 잠이 들었다. 

"우와 이게 진짜 통하는 건가?" 하고 기뻐했다. 아기가 거의 울지 않고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하룻밤의 신기루 같은 거였다. 5일째, 6일째, 7일째 아이는 잠이 드는데 최소 4번 시도는 끝에 잠이 들었다. 책에서는 2주는 해야 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아기를 계속 울려야 하는 것이 굉장히 스트레스였다. 온 가족이 매일 아이의 울음소리를 10분 이상 들어야 하는 건 큰 고통이었다.

그 무렵, 전에는 웃는 상이 었던 아기가 표정이 울상을 짓는 것처럼 변했다. 바깥이 깜깜해지는 저녁에 방 침대로 안고 들어가면 아이는 그 때부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수면교육 때문에 아기가 점점 표정이 변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수면교육에서는 아기 정서상에 문제없을까? 하는 엄마들의 질문에 문제없다고 했지만 우리 아기의 표정을 보니 너무 어린 나이에 시도한 것 같고 우리 아이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에 포기했다. 


엄마가 더 안아줄게. 그동안 너무 미안해. 

그 슬픈 표정은 짓지 말아 줘. 부탁이야. 

엄마는 우리 아기 2호를 정말 사랑하는데 울려서 미안해.


그 뒤로 한참 동안 나는 아기를 안아서 재웠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에 수면 교육을 시도했을 때 아이의 특징이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초보 엄마였을 때 시작한 게 어쩌면 당연한 실패였던 것 같다. 아기 1호는 우연히 잘 자는 아기였고, 아기 2호는 조금 더 예민한 아이였는데 책의 이론을 믿고 밀어붙였던 게 아쉽다. 지금도 아이의 마음을 잘 모르는데, 그땐 얼마나 모른 채 아이를 울렸던 걸까?를 생각하면 아기에게 너무 미안하다.




한참 뒤에 아기 침대를 졸업하고 더 큰 침대로 바꾸면서 다시 수면 교육을 했다. 책과 동영상의 방법이 아닌 우리 아이를 아는 엄마의 느낌대로 아기 옆에 내가 누워 책도 읽어주고 아기가 침대를 왔다 갔다 기어 다녀도 시간을 주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아기는 피곤하다고 칭얼대면 그때 짧게 안아주다가 아기가 잠이 완전히 들기 전에 침대에 다시 내려놓았다. 그렇게 점점 안아주는 시간을 짧게 가지고 최대한 아기가 누워있을 수 있도록 책을 본다거나 인형을 본다거나 아니면 침대 안에서 여기저기 탐색을 하다가 잠이 몰려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기다려주니, 아기는 점점 등을 붙이고 자기 시작했다. 지금은 자다가도 옆에 엄마나 아빠가 있는지 확인을 하지만, 이제는 안아주지 않아도 잘 수 있다. 




아이들에겐 다 때가 있는 것 같은데, 적정한 때를 몰라서 실수를 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아이를 안다고 생각했다가도 여전히 모를 때가 많다. 육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나는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를 밥 먹을 때 틈틈이 보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육아는 알면 알수록 어렵고 부모가 얼마나 아이를 잘 관찰하고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하는지 알수록 책임감이 점점 무거워진다. 두 아이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나는 오늘도 공부를 한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그때 수면교육을 하며 울렸던 아기 2호에게 미안한 마음을 기억하며 조금 더 우리 아기를 잘 아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한다. 그렇게 실수를 통해 또 나는 발전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실수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Carlo Navarro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집에서 쌍둥이 둘 배냇머리 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