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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Jan 13. 2021

내가 너희들에게 해주는 첫 음식

아이들이 생후 6개월이 되면 엄마의 첫 번째 큰 숙제인 '이유식'이 다가온다. 가능하면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우리 집은 아이들의 밥도 직접 할 생각이다. 사실 나는 요리를 뚝딱 해내는 '친정 엄마'라는 믿는 구석이 있다. 아이들이 분유를 제외한 처음으로 먹는 음식이 쌀미음부터 시작이라서 요리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앞으로 두 끼 세끼를 해낼 수 있을지 조금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나를 구해줄 구원투수가 든든히 옆에 있으니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보기로 하고, 일단 시작을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엄마의 손은 빌리지 않고 내가 해내리라고 나 혼자 도전 아닌 도전을 시작했다. 나중에 모양까지 내는 건 자신 없지만, 최대한 정성스럽게 우리 아이들이 먹는 것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 싶다는 굳은 의지만 챙겼다.


인터넷의 많은 이유식을 시작하는 엄마들의 사진을 보면, 사진 한 장에 탐나는 여러 이유식 도구들을 찍어놓는 걸 보고 욕심은 났지만, 혹시나 내가 나를 못 미덥게 생각하며 이유식 중단할 수도 있으니 최대한 간소하게 시작했다. 작은 소형 믹서기와 저울, 스파츌러와 아기 스푼 2개와 이유식 보관용기 3개를 샀다. 


생후 157일째가 되는 날 아침, 내 나름대로는 분주하게 첫 이유식을 했다. 집에 친정엄마가 직접 갈아놓으셨던 쌀가루가 있어 저울에 용량을 잰 후 쌀가루를 냄비에 물에 풀고 약불에서 어느 정도 저어줬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죽 한번 끓여본 적도 없고 항상 죽은 사다 먹었다. 내 기억에 남는 첫 미음을 먹은 것도 아기를 낳고 제왕절개 수술 후에 처음 먹어본 내가, 쌀미음을 끓이고 있다니. 엄마가 되면 안 하던 것도 하게 되는 신기한 일이 연속적으로 벌어진다. 엄마로서의 인생에 한 발 더 들어간 기분이어서 묘했다. 그 쌀미음이 뭐라고.


요리를 시작하자 끝이 났다. 첫 이유식을 만들었다는 묘한 뿌듯함과 아이들이 과연 잘 먹을까? 하는 기대감에 살짝 들떴다. 수저로 처음 먹는 쌀미음을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기 1호는 작은 용기에 수저가 들어있는 걸 보고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쳐다보던 수저가 입안에 들어오니 울음을 터트렸다. 아직 탐색도 하지 못했는데 입에 들어오니 놀랬나 보다. 우는 아기를 달래주고 시간을 흘러 보냈다. 그리고 배가 고픈지 울길래 분유를 160ml 먼저 먹인 후에 다시 이유식을 권했더니 이제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먹기 시작한다. 먹는 것 반 흘리는 거 반이지만 알아서 입을 벌리고 잘 먹는 아기를 보니 눈물이 살짝 핑 돌았다. 보통 처음에 주는 양은 30ml 정도로 시작하는데, 잘 먹는 아이라 60ml를 준비했는데 10ml 정도가 남았다. 


아기 2호는 아무 거부감 없이 생각보다 너무 잘 먹었다. 60ml 중에 남은 양은 0ml였다. 많이 흘리긴 했지만, 이유식을 해치우고 분유까지 원샷을 했다.



쌀미음 어디 갔니?



엄마가 처음 해주는 이유식을 이렇게 잘 먹어주다니. 금쪽같은 내 자식들이 내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뿌듯한 건 생각보다 더 짜릿했다. 시작이 좋았으니, 끝이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평생?) 아이들이 잘 먹어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가 챙겨야 할 두 아이들에게 해줘야 할 일은 더 늘었지만, 그만큼 더욱 기쁜 순간이 늘어갈 것 같다. 때론 먹지 않아서 속상할 때도 있겠지만, 그 또한 이겨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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