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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Jan 14. 2021

내 눈에는 슈퍼맨처럼 빠르게 달리고 있는 너

첫 이유식을 시작하고 매일 '아이들이 밥을 잘 먹는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유식 초기는 "그냥 밥을 먹는다 라기보다 그냥 간식을 준다 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요."란 조언으로 마음을 비웠는데 생각보다 잘 먹어주고 있다. 두 아이 모두 분유도 역시 원샷 원킬이다.

이제 점점 신생아 티를 벗어나 아기로 변모해 가면서 작은 몸짓으로 그리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그냥 밥만 잘 먹고 아프지만 않으면 더 바랄 게 없는데, 아기들은 뭔가 바빠 보인다. 자꾸 누워있지 않으려고 하고, 틈만 나면 뒤집는다. 분유를 먹자마자 트림을 할 세도 없이 뒤집는 아이가 토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그런 우려를 아랑곳하지 않고 아기는 눕혀놓으면 뒤집고, 또 뒤집는다. 하나의 기술을 연마하는 게 재밌는 걸까? 좀처럼 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방금 우유 먹었으니까 좀 쉬고 소화되면 운동하자~"라고 그냥 나 혼자 고요 속의 외침을 해본다. 


특히 아기 1호는 열심히다.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뒤집어서 엎드려서 달리기를 하듯이 발을 굴린다. 슈퍼맨~ 자세처럼 배만 땅에 대고 팔과 다리를 열심히 움직인다. 얼굴 표정만 보면 마라톤 41.195km를 달리는 마라토너의 모습처럼 진지하다. 

"어디를 가고 싶은 거야~? 어디 달려가고 있어? 근데 왜 자꾸 뒤로 가는 거야?"

아기는 마음만은 앞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어느새 보면 자꾸만 뒤로 간다. 아기를 낳기 전엔 배밀이를 뒤로 하는 줄은 몰랐었다. 열심히 하는데 자꾸만 뒤로 가는 엉덩이와 발가락이 꼬물꼬물 너무 귀엽다. 저 작은 아기가 저렇게 노력하는데 아쉽게도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아기를 키우면서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시공간이 아닌 다른 세계에 있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어느새 뒤돌아보면 50일, 100일, 150일이 지나가고 있다.

"아이들아, 어서 커서 우리 캠핑도 가자."라고 말하지만, 이렇게 슈퍼맨처럼 열심히 달리고 있는 너희들을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커버릴까 봐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루에도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아니 시간이 천천히 지나갔으면.' 하고 마음이 수십 번도 더 자주 바뀐다. 

빨리 커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기도 하고, 또 복직하면 이렇게 하루 종일 붙어있을 수도 없을 텐데.라고 생각하니 더 애틋해져서 조금만 더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 엄마의 마음이 어찌 됐던 너희들은 너희 나름대로 시간을 노력으로 채우고 있겠지?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고 도와줄 수 있어서 행복해. 가끔은 너희들이 칭얼거릴 땐 살짝 그런 마음을 잊지만.

오늘도 마음만은 슈퍼맨처럼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너희들을 보며, 시간을 조금 느리게 멈추고 싶다.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Yogi Purnam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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