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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Jan 11. 2021

집에서 쌍둥이 둘 배냇머리 밀기

어른 이발기로 둘을 동시에 시도하는 건 무모했다.

아기들이 백일쯤 되니 태어날 때부터 자라 있는 머리카락인 '배냇머리'가 자꾸 빠졌다. 빠진 머리는 아기들 이불과 베개에도 붙어있고 여기저기 흔적을 남겼다. 안 그래도 없어 보이는 뒷머리는 큰 땜빵이 생긴 것처럼 덩어리채 뽑혀있었다. 요즘에는 배냇머리를 많이 안미는 것 같기도 하고 하루라도 머리가 빨리 자라고 숱도 많아 보였으면 해서 안 밀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친정 엄마는 아기 2호의 삐죽 하늘로 뻗는 머리가 마음에 계속 걸리셨다. 정수리 쪽은 하늘로 뻗고 뒷머리는 땜빵이 여러 군데 나있으니 머리가 예쁘진 않았다.


엄마는 머리를 싹 한번 밀어주면 머리가 균일하게 되지 않을까? 말씀하셔서 결국 우리는 백일 사진을 찍고 배냇 머리를 밀기로 결정을 했다.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남편이 딱 한번 쓴 이발기가 있어서 좀 크긴 하지만 시도해 보기로 했다. 아기 1호를 점보 의자에 앉히고 내가 이발기를 손에 쥐고 아기의 뒷머리를 조심스럽게 한번 밀어봤다. 처음 써본 이발기에 나도 조심스러워 찔끔찔끔 앞으로 나아갔다. 아이의 머리카락은 그새 하나의 줄이 만들어졌다. 하아. 어른 이발기이라 그런지 좀 불편했지만 이제 되돌아 갈 수 없다. 끝을 봐야 한다.


엄마가 아기 머리를 살짝 잡아주고 난 이발기를 계속 밀었다. 하지만 아기가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했다. 점보 의자에 거의 앉아보지 않은 아이를 앉혔더니 아기는 끙끙댔다. 자꾸 이발기를 잡으려 하고, 싫은지 짜증을 냈다. 이미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데 아기를 의자에서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 아기 2호는 그 옆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옆에서 같이 칭얼거렸다. 이발기 소리가 커서였을까? 결국에는 큰 울음을 터트렸다. 결국 아기 2호를 달래면서 다시 이발기를 들고 아기 1호의 머리를 한 줄씩 겨우 밀었다. 아기 1호는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크게 울었다.


아기 머리숱이 없어서 금방 끝날지 알고 별생각 없이 이발기를 잡았는데 큰 오산이었다. 겨우 한 명을 끝냈는데 우리에겐 한 명의 아이가 더 있었던 것이다. 어른 두 명이서 아이 한 명을 맡아야 가능한 거였는데, 어른 두 명이서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진땀을 꽤나 흘렸다. 아이들 머리 자르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릴 줄도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편 쉬는 휴일에 했을텐데. 아기 2호도 역시 아기 1호와 마찬가지로 머리 밀기 싫다고 그러는지 앙앙 울었다. 이미 한 줄 그은 머리를 내버려둘 수도 없고, 우리는 반드시 끝내야만 했다.

한 명씩 번갈아 가며 안아서 달래고 다시 이발기를 들고를 반복을 했다.


마침내 배냇머리 자르기가 끝나고도 우리는 두 아기가 울어서 한참을 달래야 했다.

"머리 깎는 게 그렇게 싫었구나~"


겨우 뒷정리를 다 하고 시계를 보니 2시간이 흘렀다. 지친 엄마와 나는 어른 이발기에 두 아이를 한 번에 배냇머리를 도전을 했고 의자에 잘 앉지도 못하는데 무모했다는 결론이 났다. 다음부터는 미용실을 가서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 우리는 한참을 체력 방전으로 일어나질 못했다.



Tip. 혹시 이 글을 보신 쌍둥이 엄마가 집에서 배냇 머리를 밀려고 계획하신다면, 꼭 한 아이를 재우고 한 아이만 잡고 시도하세요. 그리고 아기 이발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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