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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Jan 22. 2021

특히 더 고되었던 쌍둥이 엄마의 오늘

오늘도 아침 6시도 되지 않아 아기 2호가 깼다. 방을 벗어나 거실로 가니 이미 아기 1호는 분유까지 다 마시고 놀고 있었다. 그렇게 또 이른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기 1호는 분유로 가득 배를 채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기 2호가 젖병을 물자 다가와 뺏으려 했다. 아기 2호가 경계하며 분유를 먹길래 아기 1호를 떼어놓으며 앉아서 안았더니 대성통곡을 한다. 방금 먹은 분유로 가득 차 배가 볼록 나왔는데도 또 먹고 싶다니. 먹성이 정말 대단한 아기다.


아기 2호도 분유를 먹고 몸을 가만히 쉬게 해 주려 책을 집에 들었다. 한 문장을 읽으니 멀리 있던 아기 둘은 내가 들고 있는 책으로 달려든다. 책을 활짝 펴주면 둘은 서로 책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한다. 경쟁을 피하려 엄마, 아빠가 나눠서 한 명씩 데리고 책을 읽어주면 본인 앞에 있는 책은 관심이 없고 다른 아기가 읽는 책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두 권의 책이 있지만 한 권의 책 쟁탈전이 벌여진다. 쟁탈전에서 얻은 승자는 책을 차지하고 보는 시간은 단 1분을 넘기지 못한다. '그렇게 보고 싶은 책 아니었니?' 속으로 귀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다. 결국 아침 책 읽기는커녕 책 쟁탈전만 하다가 둘 다 책에서 관심이 멀어진다.


둘은 뭐든지 상대방의 것만 탐이 나나 보다. 잘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쪽쪽이를 물 여주지 않는데 가끔 둘이 너무 칭얼대서 아기 1호에게는 파란색 쪽쪽이, 아기 2호에게는 분홍색 쪽쪽이를 물려준다.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면 둘이 쪽쪽이를 바꿔서 물고 있을 때 웃음이 픽! 하고 나온다. 색만 다른 쪽쪽이를 서로에게서 뺏은 결과가 맘에 드는지 만족하고 다른 장난감을 찾는다. 아무리 똑같은 책, 똑같은 물건이 있어도 소용없이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그것이 갖고 싶나 보다. 장난감 같은 경우는 똑같은 건 거의 없기 때문에 서로 뺏으며 신경전이 대단하다. 나중에는 으르렁 거리다가 소처럼 뿔은 없지만 소처럼 머리싸움을 한다. 뺏고 뺏기느라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몇 번을 우는지 모르겠다. 둘을 말리려고 해도 어느새 또 다른 걸로 신경전을 한다. 둘이 갖지 못해 동시에 짜증이 나서 울거나, 둘 중 뺏긴 자가 울면 뺏은 자는 그냥 우는 자를 따라 운다. 이래도 저래도 서러운 일이 많나 보다. 이제 자기 고집이 생길 때라서 가지고 싶은 걸 갖지 못할 때나 빼앗길 때 대성통곡을 자주 한다. 앉아 울다가 뒤로 자빠져 아파서 또 운다.


오늘은 쌍둥이 둘 모두 컨디션이 좋지 않다. 아무리 둘 앞에서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유인해도 둘은 그냥 칭얼거릴 뿐이다. 둘 중에 한 명만 좋지 않으면 그나마 괜찮은 데 둘이 겹쳐서 안 좋은 날은 정말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그냥 울라고 마냥 놔둘 수도 없고 진정이 되면 가야지 하지만, 화장실 가려고 엄마가 눈 앞에서 사라지는 걸 보면서 또 대성통곡을 한다. 애착 관계가 다행히 문제없이 생겨서 그런지 엄마 껌딱지가 되었다.


둘이 동시에 울면 시간이 흐르더라도 절대 그치는 법이 없다. 오히려 누가 누가 목청이 더 크나 더 커질 뿐이다. 결국은 서서 앉아줘야 진정이 된다. 친정엄마와 나는 한 명씩 안고 진정시키고 겨우 달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둘이 한바탕 한다. 중간에서 내가 싸우기 전에 말리면 또 하고 싶은 걸 얻지 못해 한바탕 난리가 난다.

혼자였다면 다 독차지할 수 있을 텐데, 둘이라서 뭐든 공유해야 하고 양보해야 하는 것인데 그걸 알 리가 없는 둘이 울 때는 엄마 마음이 측은해진다. 둘 모두에게 충족하게 해주고 싶은데 그러기가 참 힘들다.


오늘은 낮잠시간이 달라져 둘의 스케줄이 어긋나 하나도 겹치지가 않는다. 아기 1호가 먼저 졸려 재웠는데 아기 2호는 아직 기력이 넘친다. 아기 2호와 놀아주는 사이 친정엄마가 아침 겸 점심을 준비하신다. 아기 2호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아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려 반찬을 한 입 물었다. 방금까지 좋았던 아기 2호는 갑자기 졸린다며 칭얼거리고 눈을 비빈다. 식사 한 입의 여운이 남은 채 아기 2호를 재우기 시작했다. 한참 후 잠이 든 아기 2호를 확인 후 주방으로 와 다시 식어버린 밥을 입안에 급히 넣는다. 아이들 낮잠시간이 같아서 밥도 제때 먹고 드립 커피를 내릴 행운의 날도 있지만 오늘은 아니다. 먼저 잠들었던 아기 1호가 내가 밥을 거의 다 먹어 갈 때쯤 일어났다. 아기 2호를 재운 사이 먼저 점심을 먹었던 엄마가 잠에서 깬 아기 1호를 담당한다. 아기 2호가 또 곧 깰 시간이 다가오니 마음이 급해진다. 설거지까지 할 시간만 주면 참 좋을 텐데.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아기 1호는 응가를 하고 할머니와 응가한 아기를 씻기는 사이, 아기 2호가 깼다. 내가 밥을 먹었나? 안 먹었나, 그렇게 헷갈리고 초저녁이 다 되어서야 '오늘 커피 한잔은 실패였구나' 하고 깨닫는다.


낮잠시간이 달라진 아기 둘의 식사시간이 어긋나 하루 종일 밥만 먹였다. 한 명 이유식을 먹이고 다면 다른 한 명 이유식을 먹이고 잠시 뒤에 수유를 해야 한다. 잠시 놀아주다 보면 어느새 간식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고, 아이들은 간식 준비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급한 나는 아이들 앞에서 간식 준비를 하면 안달이 난다. 그리고 또 놀아주다 보면 낮잠 재울 시간이 오고, 자는 틈에 밀린 집안일을 하면 다시 아이들이 차례로 일어나 이유식을 먹인다.

한 명이어도 이유식, 분유 시간을 제대로 맞출 수 힘들 것 같은데, 둘이니 헷갈리기도 하고 놀아주다 보면 시간이 지나 허겁지겁 줄 때도 있다.


아기 1호와 2호가 이앓이 때문인지 오늘은 유난히 칭얼거리고 잠시라도 엄마와 할머니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오후 3시가 다 되어서도 아직 밥 설거지도 못했고 젖병도 씻지 못했고 빨래도 돌리지 못했다. 그런 엄마와 할머니의 쌓인 집안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같이 놀아주어도 울고, 간식을 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아침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칭얼대는 아기들을 수시로 안아주느라 안 그래도 아픈 팔목이 더 아려와서 급히 파스를 붙였다. 물이 손에 닿아 밤에 잘 때 파스를 붙이고 싶었지만 그때까지 참기가 어려웠다. 허리도 아프고 계속 우는 아기들에 정신이 쏙 나갔다.



오후 6시가 되자 한계에 왔다. 친정엄마는 몸살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잘 놀아주려고 최선을 다해 보지만 쌍둥이들은 성에 차지 않나 보다. 결국 우리는 지칠 대로 지쳤다. 어른 둘이지만 아이 둘이 보챌 땐 독박 육아와 다름이 없다. 컨디션이 둘 다 좋지 않을 때는 둘이라서 서로를 자극하느라 더 악화가 된다. 잠시 둘을 분리해서 있어봐도 그때뿐 다시 만나면 예민해진다. 아이들한테 애원을 해본다. 엄마랑 할머니 잠깐만 허리  펴게  달라고. 물론 먹힐리는 없다. 밥도 먹었고 잠도 잘 잤고 기저귀도 갈아줬는데 왜 칭얼거리는 걸까? 말을 못 하는 아기 둘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힘들어 엄마도 오늘 울고 싶었다. 14시간의 육아 후 오늘 일과가 끝이 났다. 힘들었던 오늘이 또 쌔근쌔근 자는 너희들의 모습에 또 스르르 녹는다.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Henrikke Du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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