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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Jan 23. 2021

나를 좋아하는 두 사람이 생겼다.

아이들이 아침부터 눈을 뜨자마자 내게 안아달라고 운다. 밤새 잘 잔 아기들을 보니 반가운 마음에 두 팔 벌려 포근히 안아준다. "잘 잤어?" 이내 아이들은 울음을 그치고 차분해진다. "엄마가 안아주니까 좋아?"


아빠는 아직 꿈나라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아침에 분유를 먹이고, 책을 읽어주고 잠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 자기만의 탐색을 시작한다. 아주 잠깐이지만 서로 집중한 사이를 방해하지 않고 옆에 있어준다. 하지만 그 시간도 잠시, 아기 1호가 나에게 안아달라고 칭얼거린다. 한 명을 안아주니, 아기 2호도 나에게 와서 안아달라고 붙는다. 둘의 아기를 양 팔에 안으니 아기들이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댄다. 그렇게 또 안아주니 아이들은 잠시 후 새로운 놀이거리를 찾으러 내 품을 떠난다. 기어서 여기저기 만져보고, 물어도 본다.


잠시 주방에 물을 마시러 갈 때도 아이들에게 주방에 간다며 "안녕, 엄마 주방에 갔다가 금방 올게~ 안녕~ " 이라고 몇 번이고 손을 흔들어 잠시 엄마가 눈앞에서 사라진다는 걸 알린 후에야 자리를 떠야 한다. 그게 통할 때도 있지만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잘 놀던 아이들이 일어나는 나에게 기어 와서 바지를 잡는다. 엄마가 잠시라도 떨어져 있는 게 싫은 우리 아이들이 귀엽다. 세상에 태어나 보살펴 주는 엄마, 아빠, 할머니 세 사람에게 애착을 보이며 우리가 잠시라도 떨어지면 불안해하는 모습이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 안도가 되면서도 마음 편히 움직이지 못해서 불편하기도 하다.


오후가 되면서 아이들이 칭얼거리는 게 심해진다. 장난감은 이제 지루하고, 엄마와 할머니는 두 아이의 이유식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낮잠을 재우고 나면 체력이 부족해진다. 그러면 어김없이 더 안아달라고 보챈다. 그렇게 원했던 품에 안기면 순한 양처럼 좀 전에 보채면서 울던 아이는 어디론가 쏙 들어간다. 그런 아이들을 더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점점 불어나는 몸무게에 허리와 다리가 아파온다.


아기 2호가 아랫니 2개가 뿅 하고 올라온 뒤 이앓이로 2~3주 동안은 칭얼거림이 심했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 놀아주는 것도 싫다. 먹을 때도 짜증이 늘었다. 치발기도 처음에 오도독 씹다가 이내 던져 버린다. 결국 내가 안아줘야 진정이 된다. "이가 나려고 해서 아픈가 보구나. 우리 아기 고생하는구나." 하며 평소보다 더 안아준다. 밤에도 갑자기 너무 아픈 비명 소리를 지르며 깨서 운다. 아무리 안아주어도 한참을 울었다. '이앓이 때문인가?' 짐작은 갔지만, 새벽에 너무 자주 깨는 아기에 거의 자는 둥 마는 둥 하였고 종일 칭얼대는 아기를 안느라 잠에서 덜 깬 나는 짜증이 밀려왔다. "엄마도 잠 좀 자자." 하지만 다시 진정하는 아기를 안으며 '우리 아기가 의지할 곳은 나밖에 없는데..' 하며 다시 반성을 했다. 얼마 뒤 아기 2호가 순식간에 총 윗니 4개, 아랫니 4개가 생겼다. "우리 아기 진짜 이앓이 때문에 힘들었던 거였구나. 엄마가 미안해~ "


아기 1호는 아랫니가 2개 올라온 뒤로 한참 동안 소식이 없다. 하지만 아기 2호가 폭풍이 지나 간 후, 아기 1호의 이앓이가 시작되었다. 종일 짜증을 낸다. 안아주어도 마음에 안 드는 건지, 자꾸 벗어나려고 하고 놓아주면 짜증을 내며 운다. 어떻게 해도 그냥 울 뿐이다. 옆에서 아기 2호는 또 따라 운다. 그렇게 또 힘든 시간에 나의 마음은 무너진다. "엄마가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을 최대한 차분하게 말하려고 애를 쓴다. 시간만이 답이겠지. 하며 계속 달래준다. 며칠 뒤 윗니 2개가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앓이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가 고생이다.


아이들의 이앓이에 한 달이 넘게 칭얼거림에 체력이 바닥이 난다. 몸이 힘드니 마음도 힘이 든다.

밤이 되면 반성의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더 다정하게 말해줄걸. 더 많이 웃어줄걸.' 하지만 다음날 아침 또 무너진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생각이 스쳤다.



'이 아이들을 보살피고 달래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가 힘든 건 아닐까?' 나에게 나를 좋아하는 사람 두 명이 더 생겼다. 이 세상에 내가 전부인 두 사람. 더 따뜻하게 안아주고 더 자주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아줘야 달래 지는 게 아닌, 그냥 사랑하기 때문에 더 안고 싶은 그런 사이.라고 생각이 드니 아이들의 칭얼거림이 더 작게 느껴졌다.






커버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xulIYVIbY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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