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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Jan 24. 2021

부부 분리 수면

임신 전 나의 환상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 방에서 자고, 우리 부부는 따로 자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들과 함께 자는 데 외국처럼 따로 아기와 분리해서 자는 것이 로망이었다. 아기들과 따로 자야 아기들도 부모가 자다가 혹시 모를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푹 잘 수 있다고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기에 따로 자는 버릇을 들여야 나중에도 별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독립적인 수면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역시나 환상일 뿐이었다.


쌍둥이가 태어나고 한방에 두 아이를 각각 아기 침대에 눕혔다. 하지만 며칠 만에 서로가 서로를 깨워서 결국 아기 1호는 원래의 아기방 아기침대에, 아기 2호는 안방 옆 아기침대로 방을 분리해서 재워야 했다. 나는 아기가 신생아일 때는 수유 텀이 짧기 때문에 아기 1호의 침대 옆 바닥에서 잤다가, 아기 2호가 울면 다시 부부 침대에 가서 잠을 잤다. 아기 아빠는 출근을 하기 때문에 저녁시간에 아기들을 맡고 내가 초저녁에 자서, 새벽을 보초를 서며 맡았다.


아기들이 더 자라면, 언젠가 다시 안방에서 자는 아기 2호가 아기방으로 이동할 날이 오겠지. 하고 희망을 품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가까운 미래가 아니라는 것은 짐작했다. 아기들이 자라면서 아기침대가 작아졌다. 뒤집기를 하면서 작은 침대에서 한 번만 뒤집으면 침대 가드에 쿵쿵거려 자주 잠에서 깼다. 

아기 침대를 바꿔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아기들이 여전히 따로 자야 해서 패밀리 침대를 쓸 수도 없고, 지금처럼 안방과 아기방에 나눠 자야 하는데, 땅에서 아이들을 들었다 놨다 하기엔 힘들 것 같고 주니어 침대나 데이베드를 사기로 결정을 했다.


결국 데이베드를 사서 아기 2호의 침대는 안방 침대 옆, 아기 1호는 아기방에 놓았다. 아기 침대를 바꾸면 이제 통잠을 자려나? 했지만, 아이들이 저녁에 자서 아침까지 계속 잠을 잤지만 여전히 중간에 깨서 울었다. 아이들은 얕은 수면과 깊은 수면을 반복하면서 얕은 수면일 때는 울기도 한다고 육아 관련 동영상에서 정보를 얻었다. 아이들은 가만히 두면 그칠 때도 있었지만, 결국 우는 것이 심해져 달래야 할 때가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이 한 아이를 맡고, 나는 다른 아이를 맡게 되면서 아기와 각각 아이들의 침대에서 자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기들을 달래고 다시 부부 침대로 오고 싶지만 아기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울기 때문에 점점 부부 침대에 오는 것이 귀찮아졌다.


시간이 흐르자, 결국 우리 부부는 분리 수면을 하게 되었다. 부부 침대에는 거의 아무도 자지 않게 되었다. 육퇴 후 식탁 테이블에 앉아 남편과 나는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들이 한 명 울면 그 방에 가서 달래다 자게 되고, 다른 아이가 울면 남아있던 사람이 다른 방 아기에게 가서 달래다 잠을 자게 됐다. 

아이들이 아이들 방에서, 부부는 부부방에서 자고 싶다는 로망은커녕, 패밀리 침대에서 모두 함께 자는 것도 아닌 부부가 분리 수면하여 아이들과 자게 되었다.


우리의 로망과 현실에 우리 부부는 자주 우리가 뭘 몰랐다며 코웃음을 쳤다. 그땐 몰랐다. 아기들이 아닌 우리가 분리 수면할 줄은.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Jordan Whi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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