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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Jan 25. 2021

엄마의 치킨


쌍둥이를 출산 후 몸조리가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해 아이들 보살피며 체력을 다했으니 치킨 먹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우리 가족은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가끔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데, 친정 엄마는 그중에서 치킨과 피자를 좋아하신다. 지금은 배달 음식 중에 치킨과 피자를 맛있게 잘 드시는데 우리가 어렸을 땐 왜 많이 안 드셨지?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의 god 노래의 가사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우리 엄마의 이야기였다는 걸 나는 나의 아기들을 낳고서 치킨 배달 주문을 하다가 알았다.




어렸을 적 동생은 한창 성장기 때 치킨! 치킨! 치킨을 늘 외쳤다.


- "엄마 밥하느라 고생하니까 치킨 시켜먹자."

라고 하면 엄마는 한참을 망설이시다가 최대한 동생을 달래며 그냥 밥을 먹자고 할 때가 많았다. 그럼 우리는 잠시 기대했다가 실망을 했었다. 우리는 그때 엄마가 밥 차리는 게 힘들다고만 생각했지 배달을 자주 시켜먹을 형편은 아니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 "오늘 동생 생일인데 뭐 먹을래?" 하면 동생은 늘 "치킨"을 외쳤다.

특별한 날과 가끔 주말에 엄마가 치킨을 사주면 우리는 맛있게 먹은 후에 배가 불러 밥 먹을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엄마는 치킨을 먹어도 밥을 먹어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먹으라고 권유하며 밥을 드셨다. 그때는 '엄마는 치킨을 먹어도 꼭 밥을 먹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 흘러 내가 엄마가 되어 어느 날 문득 '그때 엄마는 배고팠던 게 아닐까?'를 깨달았다. 생각을 해보니 엄마는 늘 2~3조각밖에 드시지 않고 우리가 먹는 것을 지켜보시다가 마지막에 몇 조각 남으면 항상 우리 먹으라고 하셨다.



"엄마, 우리 어렸을 때 치킨 먹은 후에 밥 먹은 게 치킨을 거의 안 먹어서 배고파서 먹은 거였어?"

"응? 그건 왜 갑자기?"

"아니, 그냥 생각해보니까 우리 치킨 먹으라고 엄마는 거의 안 먹었던 건가? 싶어서."

"응. 그때 네 동생이 매일 치킨 사달라고 하니까 많이 먹으라고 나는 거의 안 먹었지."

"진짜? 그랬구나. 나는 엄마가 밥을 꼭 먹어야 하는 스타일인 줄 알았어."

"배가 부르면 밥을 안 먹지 굳이 밥을 먹을 필요가 있나. 나중에는 오죽했으면 내가 생닭을 사서 집에서 치킨을 튀겨줬겠어. 번거롭고 손도 많이 갔는데."




넉넉지 않은 형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사주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마음을 예전에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사과나 배를 주고 남은 자투리 부분을 먹고, 바나나를 주면서 양끝에 너무 많이 익은 부분만 먹으며 과일을 아껴먹는 나를 문득 깨달으니 그때 엄마의 기분을 1프로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은 음식을 부담이 안가는 건 아니지만 마음껏 먹일 수 있고 오늘 내가 치킨 한 마리를 더 시켜먹어도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우리 가정 형편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때의 엄마의 희생으로 우리는 치킨을 먹으며 행복했었다는 사실에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든다. 지금이라도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맛있는 음식을 더 자주 사드려야겠다.







커버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yeEoMHtkC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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