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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Jan 30. 2021

쌍둥이 육아에는 성인 네 명이 필요해


조리원에 들어가서 쌍둥이 손자를 둔 원장 선생님은 많은 조언은 하지 않으셨지만, 쌍둥이를 키우려면 성인 네 명 정도는 있어야 쌍둥이를 키울 수 있다고 하셨다. 그 지나가며 했던 이야기는 조리원 퇴소 후 집에서 육아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쭉 잊혀지기는 커녕 곱씹고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친정 엄마는 늘 부지런하시고 살림을 깔끔하게 아주 잘하신다. 가끔 티브이에서 정리의 달인이나 청소의 달인이 나와서 자신들의 노하우를 설명해줄 때 그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엄마의 재능이 정말 아깝다. 진작 엄마의 재능으로 사업을 했으면 아주 성공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살림왕이다.

그런 엄마와 함께 육아를 한다는 건 아주 든든한 지원군이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고맙고도 다행이라고 늘 생각한다.


육아는 육아휴직 중인 나와 엄마가 쌍둥이 육아를 온전히 맡고 남편은 휴가와 주말을 제외하고는 아침에 아이들이 깨어나서 1시간 정도 보고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자고 있다. 평일에는 어른이 2명이 돌이 안된 아이들 2명을 돌보는 건 독박 육아나 다름이 없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대부분 누워있지만 해야 할 것도 많고 잠을 못 잔다는 게 가장 힘들다. 한 명이었으면 조용히 잘 수 있는 환경이라던지 칭얼거림을 최대한 맞출 수가 있는데, 두 명은 서로가 서로를 방해해서 힘들 때가 많다.





아이들이 생후 10개월이 지나니 배밀이와 기어 다니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동시에 고집이란 것도 생겼다. 한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아이는 멀리서도 그 많은 장난감을 지나치며 굳이 다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뺏으러 온다. 그리고 서로 뺏고 뺏는 횟수와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뺏는 아이는 못 뺏어서 화가 나서 울고, 뺏기는 아이는 뺏겨서 화가 나서 운다. 그렇게 울기 시작한 아기들의 울음은 그치지 않고 목소리는 점점 커질 뿐이다. 결국 어른 두 명이서 안아주고 달래주어야 끝이 난다.


또, 한 아이를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입히는 동안 다른 아이가 그냥 혼자 있을 리가 없다. 잘 놀고 있다가도 다른 아기를 입힐 옷, 기저귀와 바디로션을 만져보려고 다가와서 매달린다. 목욕한 아이는 옷을 입기 싫다고 도망가려고 하고 다른 아이는 자꾸만 나를 잡아당기며 안아달라거나 만지게 해달라고 매달릴 때 진땀이 난다.

 "아~ 한 명이었으면 좀 더 케어해줄 수 있을 텐데..." 하는 미안한 생각이 자주 든다.


간혹 한 아이가 딸꾹질을 해서 우유를 조금 줘서 딸꾹질을 멈추게 하려고 젖병을 물리면, 다른 아이는 자기는 안 줬다며 떼굴떼굴 구른다. 또 아기 분리불안 시기를 겪으면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몇 발자국만 멀어져도 울기 시작한다. 화장실 한번 가기 힘들고, 어른 한 명이 밥을 준비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이 기어 다니는 아이 둘을 위험한 물건에서 이리저리 잡으러 다니면 기진맥진을 한다. 점점 아기들이 몸무게가 많아지면서 어른 3명이면 조금 괜찮아졌던 일들도 벅차기 시작한다.


쌍둥이 독박육아는 정말 30분만에 녹초가 될 수 있다. 그나마 신생아시기에는 잠만 자니 그나마 다행인데 뒤집기와 이유식 시작부터는 정말 다르다. 쌍둥이 독박육아를 하시는 분이 있다면 정말 온힘을 담아 위로해드리고 싶다.


평일의 어른 2명이서 육아를 하면 아이들을 케어하다 보면 우리가 먹을 음식을 준비할 시간도 설거지할 시간도 없다. 이유식-놀아주기-간식-재우기를 반복하다 보면 아이들만 케어하기도 벅차다. 어른 3명이 육아를 하면 한 명은 밥을 차리는 등 기본적인 집안일을 하고, 나머지 두 명은 아기를 1:1로 전담을 할 수가 있다. 이유식도 만들기도 하고 먹이고, 씻기기도 하고, 재우는 것을 그나마 온전히 아이에게 쏟을 수가 있다. 그렇게 쌍둥이 육아를 최소한 3명이 하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어른 4명이면 어른과 아이들이 지금보다도 더 잘 육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있고, 밥도 조금은 차분하게 먹을 수도 있고 아이 자는 것도 돌아가며 재울 수 있을 것 같다. 잠깐 피곤하면 돌아가면서 낮잠도 잘 수 있고 바람이라도 쐬러 바깥에 편한 마음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더 행복하게 육아를 할 수 있을 텐데. 어른 4명은 욕심이겠지..


그 욕심 부릴수만 있다면 부리고 싶다.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Marija Zaric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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