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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Feb 01. 2021

유모차가 무서워

Photo by photo-nic.co.uk nic on Unsplash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한 육아용품이 유모차였다. 쌍둥이 유모차는 일반 유모차보다는 종류가 적어서 선택의 폭은 좁지만 가격이 천차만별 한 건 똑같았다. 초보 엄마 아빠에게 유모차는 어려운 숙제였다. 더구나 코로나 시대에 얼마나 유모차를 끌고 나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어떤 유모차를 사야 할지 더 고민이었다. 


우리는 어차피 코로나로 마음 편히 나가지 못하니, 유모차 사는 것을 미루고 미뤘다. 그러다가 늦여름이 오자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잠깐이라도 바람을 쐬러 나가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 부부는 오랜 검색 끝에 '뻬그뻬레고 아리아 쇼퍼 트윈 유모차'를 사기로 결정하고 '당근 마켓'을 이용해 정말 새것 같은 중고를 구입했다. 1~2번 밖에 타지 않았는지 바퀴도 그대로였다. 우리도 몇 번 못 타는 거 아닐까? 란 생각이 불현듯 들긴 했지만, 우리는 설렘 가득 아이들을 태우기만 기다렸다. 


드디어, 주말이 다가오고 따뜻한 낮에 햇빛이 쨍하게 비췄다. "오늘이다! 나가자!"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옷을 입히고 유모차에 태우는 순간 아이들의 눈은 똥그래졌다. 난생처음 낯선 의자에 앉아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당황해서 재빨리 쪽쪽이를 물려주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이들의 대성통곡 소리로 집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아, 유모차 거부인가?" "유모차가 무섭나?"

우리는 너무 슬프게 우는 아이들을 다시 유모차에서 내렸다. 집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우리의 첫 유모차 탑승은 실패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유모차 거부'라는 단어로 폭풍 검색을 했다. 집안에서부터 태워서 적응하게 해 주면 된다. 유모차를 타면 떡 뻥 같은 과자로 기쁜 일이 생기도록 경험을 준다. 등등 많은 경험담을 교훈 삼아 우리는 계속 시도를 했다. 이유식을 먹이니 하루가 너무 짧아 유모차를 타고 나갈 시간이 생각보다 나지 않았다. 자는 시간을 피하고 아이 둘이 기분 좋을 시간에 유모차를 태우려니 매일 나가기는 힘들었다. 겨우 아이들의 컨디션이 둘 다 좋을 때 시도를 해보았지만, 꼭 둘 중 하나는 유모차 거부로 통곡을 한다. 결국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나가서 한 명만 유모차에 있는 일이 빈번했다. 우는 아이는 아기띠로 달랠 수밖에 없었다. 우는 아이를 조금 더 두다가는 다른 컨디션 좋은 아이까지 울어버려 둘이 같이 우는 날엔 아파트 단지 안에 쩌렁쩌렁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동네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차츰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적응하는 날도 생겼다. 둘 다 컨디션이 좋은 적은 없었지만 둘 중 한 명은 그래도 잘 참고 타는 날이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지나갈 때는 아이들이 울었다. 사람들이 많이 보이니 낯설기도 했고, 마스크를 씌우니 무척 싫어했다. 마스크를 씌우지 않을 수도 없고 마스크를 씌우는 것도 안쓰러웠다. 결국 유모차 거부에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과 추운 겨울이 다가오자 우리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겨울이 지나 코로나가 끝나면 우리 유모차 없이 걸어서 나가는 거 아닐까?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흘러,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유모차는 집안 현관문에 찌그러지듯 접혀서 펼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봄이 오면 우리 아이들이 무서운 유모차 없이 그리고 코로나 없이 신발을 신고 걸어서 나가면 참 좋겠다.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photo-nic.co.uk nic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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