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lolife Feb 05. 2021

깊어가는 밤을 지나며 부모가 되어가는 하루를 더한다.

복직일이 다가오자 아이들의 첫 사회생활을 겪게 될 어린이집을 보내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이렇게 어린 우리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오랜 시간 많은 고민이 되었다.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국공립 어린이집 3군데를 대기시켜놓았는데, 국공립은 들어가기가 힘들다는 이야기에 설마 될까? 란 생각에 기대를 하지 않았고 육아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복직하기 6개월 남으니, 슬슬 어린이집을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란 조바심이 생겼다. 혹시나 어린이집 갈 곳을 못 구해 친정 엄마 혼자서 쌍둥이를 돌본다고 생각하면 아찔했다. 대기시켜 놓았던 국공립 3곳의 전체 대기번호를 확인해보니 기약이 없어 보였다. 신학기 입소를 위한 대기번호는 아직 나오지도 않아서 이제 판단을 해야 했다. 지금까지 대기한 국공립 전체를 취소시키기엔 아쉬워서 국공립 대기 2군데를 남기고 나머지 한 군데에 가정 어린이집 대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인들은 0세 반은 가까운 게 가장 아이들한테 좋다고 했다. 우리 쌍둥이들은 둘이 한 번에 들어가야 하는데 대부분 0세 반의 정원은 3명이었다. 가정 어린이집에 늦게 대기를 걸어서 혹시라도 못 들어갈까 봐 초조해졌다.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상담 요청을 했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조금 이른 감은 있다고 했지만 상담에 응해주었다. 


코로나 시기의 어린이집 방문이라 아이들이 모두 집에 돌아간 시간에 상담이 가능했다. 원장님과의 단둘밖에 없는 방문임에도 방문자 기록을 하고 체온조절, 손소독제를 권유하는 어린이집에 신뢰가 생겼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가정 어린이집이라 등, 하원이 편리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상담을 서두른 탓이어서 그런지 아직 대기번호가 많지는 않아서 안심도 했다. 


같은 아파트 내 아이들이 생활할 곳을 둘러보니, 가정 어린이집이 마음에 들었다. 마음 한편에서 우리 아이들이 벌써 자라 엄마 곁은 잠시 떠나 있는 시간이 생긴다니, 자유 시간을 갖게 되어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래도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요즘은 인터넷 기사에 어린이집 학대가 하루 걸러 하나씩 나오니 불안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해서 대기도 길었다는 어린이집이 알고 보니 학대를 하고 있었다는 기사들을 접하면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은 가장 큰 첫 번째 숙제가 아닐까 싶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네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주변 엄마들의 추천을 받을 수 없는 나는 단 한 번의 어린이집 방문 상담으로 최소 1년 동안 두 아이들이 생활할 곳을 결정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맘 카페에서도 아파트 단지 내의 가정어린이집 추천 내용은 없기도 했고, 크게 신뢰할 수도 없었다. 


어린이집 상담을 몇 군데 마친 후 체계적이고 투명해 보이는 곳으로 결정을 했다. 처음에 좋아 보였던 어린이집이 다른 곳 상담을 받아보고 비교해보니, 허술하게 느껴졌던 곳도 있었다. 어린이집 상담도 우리가 살 집을 구하러 다니는 것과 동일했다. 발품을 많이 팔아야 안목도 생기는 법임을 어린이집 상담에서도 똑같구나.라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내가 과연 잘 결정한 걸까? 결정했지만,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이게 자식들을 바깥으로 보낼 때 걱정되는 심정이구나. 생각하니 '부모'라는 무게를 조금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 아이들을 어린이집, 학교 등을 보낼 생각을 하니, 이제 시작한 초보 엄마는 살짝 겁이 난다. 다들 이런 시기를 지나가며, 아이를 잘 키우는 거겠지?

아이들의 미래를 그리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깊어가는 밤을 지나며 부모가 되어 가는 하루를 더한다.



어린이집 상담은 작년 가을에 진행하였습니다.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Noah Silliman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안돼, 위험해! 먹지 마, 배 아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