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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Feb 04. 2021

안돼, 위험해! 먹지 마, 배 아파!

요즘 하루 중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안돼, 위험해~", "먹지 마, 배가 아파"




아기 1호는 9개월부터 잡고 일어나서 여기저기 다니더니, 10개월부터 걷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하니 왜 육아 선배들이 "누워있을 때가 가장 편할 때야"라고 했는지 뼈저리게 공감했다. 아기 1호는 정신없이 만져보느라 다치기도 하고 위험한 것만 골라서 잡고 당기고 하는지 정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위험한 것은 모두 치웠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잠깐 쓰다가 놓은 것들을 재빠르게 알고 잡으려고 아장아장 걸어온다. 크게 다치지 않는 선에서 작게 넘어지는 걸 허용하면 다음번에는 스스로 아프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성장하는 아기를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는 이리저리 탐구하며 위험할 때가 많다.


아기 2호는 기어 다니고 잡고 일어나지만 아직 걷지는 못한다. 아기 2호는 아기 1호에 비해서 조심성이 있어서 많이 다치지는 않지만 정말 모든 것을 입에 넣는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혀로 맛보고 싶어 한다. 구강기가 심한 아기 2호를 위해 가능한 인체 무해한 장난감을 사용하도록 하지만 아기는 그런 장난감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 빨고 싶거나 씹고 싶은 의지를 보일 때 쪽쪽이를 물려주거나, 치발기를 여러 개 건네 보지만 그것도 몇 번 빨아보다가 흥미를 잃고 빨면 안 되는 것들만 입에 넣는다. 빨아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들을 어떻게 구분해서 정확히 반대로 하는지 신기하다.



기어 다니거나 걷기 시도를 하는 아기 1호가 다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해서 지켜보고 있으면 향하고 있는 곳은 위험한 무언가가 있는 곳이다. 아기 1호를 보면서 "안돼, 만지면 위험해!"를 외치고 있으면 뒤에서는 아기 2호가 장난감이며 소파며, 베란다 창문 등을 맛보고 있다. 아기 2호에게는 "먹지 마, 그거 먹으면 배가 아파."라는 말을 하다가 보면 하루가 다 간다. 둘을 서로 말리다 보면 정신이 없다. 부정적인 단어를 쓰고 싶지 않지만 두 아이를 말리는 시간만으로도 하루가 벅차다.


두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아이들이 기어 다니면서 바닥의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하기 시작한 먼지 돌돌이 테이프클리너이다. 먼지를 제거하고 잠시만 다른 것을 하려고 옆에 두는 순간 멀리 있던 두 아이가 무서운 속도로 그 돌돌이를 향해 기어 오거나 걸어온다. 놓기가 무섭게 두 아이는 나를 지켜보고 있나 보다. 가끔은 웃기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집에는 '안돼'라는 말과 '먹지 마'라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많은 것을 위험한 것은 항상 치우고 손에 닿지 않게 하는데, 아이들은 매일이 다르게 성장하면서 능력이 향상된다. 어제 닿지 않던 것들이 오늘은 닿아서 친정엄마와 남편,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그게 어떻게 닿아? 그거 어떻게 잡았어? 대단하네." 하루하루가 다르다.

적당한 위험은 가르쳐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은 많은 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상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시도해봐."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은 하지 말라고 제재만 하니 속이 상하다. 이것 저것 만져보고 싶은 아기 1호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입으로 탐색하고 싶은 아기 2호의 마음도 이해가 되니 말이다. 그래도 위험한 거나 더러운 것은 안되는데.


할 수 있는 일보다 못하게 하는 일이 세상에 너무 많네. 빨아도 되는 장난감이 많았으면 좋겠고, 세상 모든 게 둥글둥글해서 아이들이 뾰족한 곳에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쌍둥이 아빠는 자주 다치는 아기 1호를 보며 집이 스펀지로 만들어져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부모마음이 다 그렇지. 하지만 우리가 그런 세상에 살고 있지 않으니,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맞겠지.  현명하게 아이들에게 세상을 알려주기 위해 초보 엄마는 오늘도 고민을 한다.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Mitchel Lensin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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