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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Feb 06. 2021

엄마는 아프면 안 되는데

일주일 사이에 이틀이나 아프다. 두 번째는 어제저녁에 체기가 있어서 밥을 걸렀다. 자고 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더 머리가 아팠다. 집에 소화제가 없어서 약국 문이 열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오늘도 쌍둥이들은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기 위해 초인의 힘을 썼다. 단단히 체했나 본지 체기가 심했고 머리가 아팠다.

어제 낮에 밥도 쌍둥이들 보느라 급히 먹었는데 오후에 떡을 조금 급히 먹었더니 탈이 났나 보다.


내가 아프면 온 가족이 힘들다.

내가 아프니 친정 엄마는 내 몫까지 육아와 가사를 해야 하고, 쌍둥이들은 제대로 놀아주지 않으니 투정이 심해진다. 울렁거림이 심해서 하루 종일 먹지도 못하고 기력이 쇠했다. 겨우 약국에서 약을 지어와서 먹었는데 크게 차도가 있지 않다. 더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나는 눈도 제대로 뜨기가 힘들었다. 아이들은 눈앞에서 서로 안아달라고 보채기까지 해서 안쓰럽기도 하고 잠깐만 엄마를 가만히 지켜봐 주면 좋을 텐데.. 애원하고 싶었다.

친정 엄마가 없었다면 나도 쌍둥이들과 울었을 것 같다.


떡을 먹은 지 24시간이 지난 오후 네시쯤, 배도 고파지면서 괜찮길래 남은 된장국에 밥을 아주 조금 말아서 먹었다. 섣부른 생각이었다. 다시 속이 울렁거리고 눈을 못 뜰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칭얼댔다. 내 몸도 움직이기 힘든데 모든 걸 입에 넣는 아이 2호가 더러운 걸 물고 있는지, 아기 1호가 걷다가 잘못 부딪히거나 전선을 만지러 간 건 아닌지 지켜보는 게 힘들었다.

아이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서 하루 스케줄이 꼬였다. 낮잠을 짧게 자면서 피곤하니 칭얼대고 간식을 주고 조금 있다 분유를 주니 거들떠도 안 봤다.

또 종일 칭얼거려서 보니 기저귀에 응가를 했다.


칭얼대는 아이들의 요구를 즉각 들어주지 않으니 아이들이 많이 울었다. 친정 엄마는 거실에서 쓰러져 있는 나를 보며 침실로 들어가 쉬라고 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저녁잠을 자러 들어가면서 한 아이를 재우면서 나도 같이 잠이 들었다. 20분이나 잤을까? 잠들었던 아기가 깨서 우니 나도 잠에서 깼다.


잠을 자는 아기를 보니 오늘 하루 힘들었을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엄마는 아프면 안 되는데..

다른 아기를 재우고 남은 집안일을 하셨을 친정 엄마에게도 미안하다. 오늘 꼭 다 나아서 내일 엄마를 조금이나마 쉬게 해 드리고 싶다.

절대 아프지 말아야겠다.

다시 자러 가야 겠다.




커버 사진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GFKPATimb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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