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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Feb 07. 2021

쌍둥이의 뺏고 뺏기는 하루

쌍둥이들은 눈을 뜨자마자 뺏고 뺏기는 하루를 시작한다. 잠에서 깨어나 서로 만나면 상대방이 물고 있던 쪽쪽이를 탐낸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서로 바꿔 쪽쪽이를 물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나중에 커서 쪽쪽이 바꿔 문 거 알면 둘 다 기겁할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은 어찌나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른다.


아침 식사로 분유를 다 먹고 나면, 또 상대방의 분유병이 탐이 난다. 먼저 먹은 아기는 자기가 먹은 분유병은 저 멀리 던지고, 상대방의 분유병을 향하여 돌진한다. 상대방이 먹고 있던 분유병을 뺏으려 한다. 나는 간신히 둘을 떼어 놓는다. 아기들이 뺏으러 갈 땐 힘이 무척 강하다.


아침 분유 후부터는 장난감 쟁탈전이 시작된다. 이상하게 관심 없던 장난감이 누군가 하나 잡으면 다른 아이는 갑자기 그게 재밌어 보이나 보다. 그 장난감이 그렇게 간절한 눈빛을 보이며 다른 아기에게 재빠르게 엉금엉금 기어간다.


둘을 떼어놓고. 또 떼어놓아도 늘 붙어서 서로가 가진 것들을 탐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다 서로 머리를 맞대며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가지고 있던 장난감으로 상대방을 때리기도 한다. 한 장난감을 가지고 뺏고 다시 뺏기고 뺏고 다시 뺏기기를 반복한다. 


한시라도 눈을 떼면 서로 싸운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잠시도 눈을 뗄 여유가 없다. 또, 한 아기 기저귀를 갈면 다른 아기는 늘 다가와 갈고 있는 기저귀를 잡고 싶어 하고, 갈아입을 옷도 탐색하고, 상대방의 몸이 신기한지 배꼽이 보이면 배꼽을 만지려고 한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탐이 나는구나?


요즘엔 한 아기가 보행기를 타고 있으면 다른 아기가 보행기를 밀어준다. 그러면서 서로 웃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떡뻥을 먹을 땐 손에 들고 있는 자신의 떡뻥을 먹고 있다가도 상대방의 떡뻥을 뺏으려고 하고 한 아기에게 물을 먼저 먹이면 자신도 달라고 와서 칭얼거린다.


그러다가 어른들이 먹을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커튼 놀이를 유도하면 두 명의 천사 쌍둥이로 변한다. 서로 싸우는 것 없이 커튼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웃으며, 서로 마주 보며 깔깔깔 거리며 웃기까지 한다. "방금까지 싸우던 너희 맞니?" 쌍둥이를 키우며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두 아이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것. 한 아이만 있었더라면 절대 볼 수 없었을 텐데. 둘은 키우기 힘들지만 둘이 함께 웃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낳기 전엔 상상도 못 했다. "이 평화가 길면 참 좋을 텐데." 아주 잠깐이지만 그런 평화에 만족한다.


모든 걸 똑같이 해주어도 늘 상대방 것이 탐나는 우리 쌍둥이의 하루. 매일이 전쟁 같지만 그 전쟁 속에서도 웃음꽃이 떠나질 않는다. 둘은 모르겠지? 자신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뺏고 뺏는 너희들의 심정은 속상하겠지만 그런 두 아이들 때문에 요즘 많이 웃기도 한다.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Stefano Ferrett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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