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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Feb 08. 2021

육아휴직 후 복직 한 달 전

워킹맘되기 직전 글쓰기 100일 도전 중

숨 가쁘게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해가 바뀌어 올해가 되니, 복직의 날짜가 다가오는 게 점점 실감이 나더니 벌써 한 달의 시간이 남았다.


워킹맘으로서의 삶은 어떨까?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난 잘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앞선다. 쌍둥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다행스럽게도 아픈 적 한번 없이 지났는데, 복직 후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지? 복직하면 거의 새롭게 시작하는데 회사에 다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앞으로 워킹맘으로 바쁘게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숨이 차오른다. 지금도 하루가 너무 짧고 바쁜데, 복직하면 파워 슈퍼 울트라 체력이 필요할 텐데 나 괜찮을까?


가보지 않은 길은 늘 설레었는데, 이번엔 좀 겁이 난다. 물론 친정 엄마가 계시니 기댈 곳은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둘이니, 이러저러한 생각들로 마음이 쪼그라진다.




복직하기 100일 전쯤 되니, 육아만으로도 벅찬 하루지만 엄마로서가 아닌 나로서 뭔가 해보고 복직을 하고 싶었다. 아이 없이 회사만 다닐 때가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휴직'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휴직기간 동안 나만의 성과를 내고 싶었다.


아이들이 기상해서 밤잠에 들기까지는 밥도 겨우 먹는 터라, 뭔가를 하려면 밤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밤잠을 자더라도 여러 번 깨기 때문에 수면은 더 부족해졌는데, 그렇다 해도 내 욕심을 접을 수는 없었다.


가장 처음 시도 했던 것은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기'였다. 평소 그림은 못 그리지만, 평생 취미로 삼고 싶은 그림을 조금 더 발전시키고 싶었다. 거의 한 달 동안은 간단한 그림부터 시작해 점점 실력은 늘어갔지만,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기에 하루 1~2 시간으로는 그림 하나를 완성 하기에는 진행이 매우 더디었다. 결국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 점점 흥미를 잃었다.


두 번째로 시도 한 것은 늘 마음에 품고 있었던 '글쓰기'였다. 글쓰기는 늘 하고 싶었지만 회사 다니면서 늘 글쓰기를 꾸준히 해보려고 노력해봐도 어쩌다 한 번씩 써지고 자꾸 마음이 해이해지는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는 영영 못쓸 것 같아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을 저질렀다'. 경험 잡화 수집점의 '매일 글쓰기 30일'에 강제성을 부여해 참여를 시작했다.  복직 하기 100일이 좀 넘은 시점에 신청을 했으니 꾸준히 한다면 매일 글쓰기 100일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아 도전을 했다.




매일 글쓰기 100일 도전


다행히 그동안 머릿속에 떠올랐던 글감들이 많아서 매일 글쓰기 도전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육아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아이를 재우면서 나도 자고 싶은 마음이 한두 번 드는 게 아니었다.


'지금 아기들 잘 때 자면 푹 잘 수 있는데. 같이 그대로 쭉 자고 싶다.'라는 생각을 매일 했다.


하지만 한번 무너지면 두 번은 너무 쉽게 무너지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절대 잠들면 안 돼. 글을 쓰고 자야 해. 100일 나와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

'앗, 아기 재우다가 깜빡 잠들었네. 그래도 10~20분밖에 안 자서 진짜 다행이다.'


가장 위험한 날은 컨디션이 너무 안 좋고 아플 때였다. '너무 아프니까 오늘은 한번 쉬어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도 글을 쓰는 시간이 되면 눈이 번쩍 떠졌다. 점점 습관이 되어가는 걸까?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책상에 앉아 나와의 약속을 지키느라 꾸역꾸역 글을 쓰기도 했다. 다음날 보면 어제 아픈 정신에 쓴 글의 질을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아주 많지만 '그래도 글을 썼다.'라는 행위에 대해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을 했다. 어차피 아프지 않을 때의 글의 질도 생각해보면 크게 아플 때랑 다르지 않다. 늘 글을 쓰고 나면 아쉬울 뿐.


남편은 아픈 내가 그렇게 글쓰기를 하는 걸 보고 안쓰러워하면서 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육아를 하면서 나 자신의 많은 걸 포기하고 있는데, 이거 하나만큼은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글쓰기 100일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100일 동안 내가 어떻게 임했는지 나 스스로 가슴속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엄마가 되기 이전에는 글쓰기 100일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 같지만, 엄마가 된 후에는 글쓰기 100일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100일 달성을 성공한다면 이건 다 우리 쌍둥이들의 덕분이다. 물론 글 쓰는 1시간 동안 아기가 자다가 깨서 울면 달려가 달래준 친정엄마와 남편의 공도 물론 크다. 모든 것은 우리 가족 덕분이다. 늘 감사하다.



현재는 '매일 글쓰기 30일' 도전에 3달째 참여 중인데, 다행히도 아직까지 글쓰기 인증을 마쳐야 하는 밤 12시를 넘겨 글 작성 실패한 적은 없다. 나와의 미션의 진행이 반 이상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복직일은 다가오고 있다. 복직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그래도 글쓰기 도전을 성공하고 있어서 가슴 한편에서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뿌듯함 같은 게 있다. 복직 전에 쌍둥이를 건강하게 키워냈다는 뿌듯함과 꾸준한 글쓰기 100일 달성이라는 성과가 내 자존감을 높혀준다면 이 보다 더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 있을까?


과연 매일 글쓰기 30일을 할 수 있을까? 란 의문이 '30일 성공했다'는 결론이 되었고, 그렇게 60일이 흐르고, 90일 그리고 100일이 되리라 믿는다. 그렇게 100일을 달성하고 채워진 그 마음을 가지고 조금은 두려운 워킹맘 길을 헤쳐나가봐야겠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 같지만.


오늘은 아기를 재우고 옆에서 앉아 노트북 타자를 치는데도 다행히 한 번도 깨 주지 않은 우리 아기 너무 고맙다. 이전에는 몰랐던 하루를 보내고 나서 글을 쓰니 새삼 감사한 일들이 많이 떠오른다. 글쓰기 100일 도전이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그 풍요로운 마음을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과 내 브런치에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복직 전에 글쓰기 100일 도전 꼭 성공해서 또 후기 쓰도록 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Juanita Swar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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