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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Feb 09. 2021

너의 첫 신발

10개월 만에 아기 1호가 서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조금 천천히 걸어도 되는데 세상에 궁금한 게 많은지 일찍 걷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모든 곳에 관심을 갖는다. '너에게 이렇게 빨리 신발이 필요할지 몰랐는데.' 기특하기도 하고 앞으로 더 힘들어지겠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그동안 유모차 거부와 코로나로 바깥에 나가는 게 쉽지가 않았다. 


"아기 1호야, 이제 우리 신발 신고 걸어서 세상 구경 나가볼까?" 하며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주말에 어렵게 시간을 내어 아기 신발을 사러 나갔다. 발 사이즈는 미리 재어서 갔는데, 막상 그 많은 신발들이 펼쳐져 있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결정을 쉽게 하지 못했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선택한 아기 1호와 아기 2호의 신발을 결정했다. 내가 생각하는 사이즈를 말하고, 점원에게 10개월 아기에 9kg가 넘으면 이 정도 신발이면 될지 물어보고 사이즈를 결정했다. 아이들이 이 신발들을 신고 아장아장 바깥을 걸을 생각을 하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집에 돌아와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겨 보니, 두 아이 발이 아예 들어가지가 않았다. 충격! 

"와 너희들 언제 이렇게 발이 큰 거니? 엄마가 다시 사이즈 바꾸러 가야겠네?"

다음날 처음 샀던 신발의 사이즈의 두 사이즈를 업해서 다시 교환해 왔다. 그리고 미세먼지가 한창 심해 며칠 동안 나가지 못했다. 




드디어, 오늘 찬 공기에 미세먼지를 씻겨가고 오후 1시가 넘자 날씨가 포근해졌다. 

아기 1호는 신발을 신겨주자, 서있다가도 앉아서 신발이 어색한지 이리저리 관찰을 했다. 밖에 나갈 때는 유모차를 타고 나간 후에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에 세워두니 얼음이 되었다. 

'나를 왜 이곳에 데려왔나요?'의 표정이었다. 한참을 서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주저앉아서 신발을 만지작 거리다가, 친정엄마가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한 발짝 한 발짝 첫 신발을 땅에 딛는 아이의 두 발이 인간이 처음 달에 도착에 발을 내딛는 모습처럼 보였다. 아기 1호와 친정엄마 그리고 나에게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아이는 금방 적응해서 신발을 신고 집에서보다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혼자 걷기도 하고, 엉덩이로 땅에 앉아 쉬기도 했다. 


아기 1호야, 엄마가 심사숙고해서 고른 너의 첫 신발이 너의 인생을 헤쳐가는 데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의 오늘 첫걸음 엄마의 기억에 콕 박혀놓았다가 나중에 가끔 꺼낼게. 

오늘 네가 힘차게 걸었던 것처럼, 우리 앞으로 씩씩하게 잘 걸어 나가자.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랑 평생 친구인 아기 2호와 함께 우리 잘해나가자!"




화창한 오후, 너의 첫 신발을 신고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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