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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도녀쪼미 May 08. 2020

Los Angeles(로스앤젤레스)

Episode 5. 해변 투어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가족들과 부모님 친구 가족들과 함께 계곡, 바다 등 여행을 많이 다녔었다. 텐트 치고 자기도 하고 집에서 챙겨 온 재료로 요리해서 먹기도 하고 물놀이도 하면서 재미있게 놀았었다. 수영을 못하는 난 튜브를 끼고 온 바다를 돌아다니며 신나게 놀았었다. 한 번은 아빠가 수영을 가르쳐준다고 해서 배웠다가 엄청 많은 물은 먹고 수영 배우는 걸 포기했었다. 수영은 못하지만 튜브 하나로 누구보다 신나게 물놀이를 했던 어린 시절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과 함께 튜브를 타고 놀다 동생이 자기 혼자 타겠다며 바위 위에 혼자 남겨주고 간 적이 있었다. 동생과 함께 가겠다고 바위에서 뛰어 튜브에 올라탄다는게 잘못 뛰는 바람에 물속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다. 다행히 옆에 놀고 계시던 분이 허우적거리는 날 구해주셔 무사히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 후 난 물에 들어가는 게 무서워져 친구들이 억지로 데려가지 않는 이상 물놀이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난 바다가 좋아”


바다에 놀러 가자고 하면 수영복, 비치 타워, 튜브, 비치볼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는 사람들은 나에게 말할 것이다. 수영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바다를 가냐고. 그 흔하디 흔한 수영복도 없는 나는 바다에 놀러 가면 모래사장 한가운데 비치 타워 하나 깔고 앉아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다. 그게 무슨 재미냐고 하겠지만 해보지 않는 사람은 모르는 재미가 있다. 물놀이하는 사람들, 비치볼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 쎈탠을 하는 사람들 등 사람들 구경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말이다. 그중 제일 좋은 건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책 한 권 읽으면서 마시는 맥주이다.


미국의 해변과 한국의 해변의 차이점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두 가지 있는 거 같다. 예외는 있겠지만 내가 다녀왔던 모든 해변에는 제대로 갖춰진 샤워시설이 없었다. 간단히 몸에 묻은 흙을 씻어내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비누 거품을 내 깨끗하게 샤워를 할 수 없다. 법으로 비누 거품을 내면 안 된다고 정해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샤워할 수 있는 공간에 가면 누구나 제대로 샤워할 수 있는 곳이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물놀이를 하고 난 후 제대로 샤워를 하려면 숙박하는 곳까지 가야 된다. 만약 물놀이를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면 바다 근처 숙박시설을 잡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바로 공공장소 음주 금지이다.


한국에서 여행 온 두 여행객과 함께 베니스 비치와 산타모니카 비치를 구경하기로 했다. 숙박하는 곳과 거리가 있어 함께 우버를 타고 이동해서 베니스 비치에서 물놀이를 하고 산타모니카 비치에서 노을을 감상하기로 했다. 물놀이를 하지 않는 나는 책 한 권을 챙겨 들고 베니스 비치로 향했다. 베니스 비치에 도착해 비치 타워를 깔아놓고 자리를 잡고 책을 보려고 하는데 같이 간 동행인 한분이 큰 가방 안에서 주섬주섬 맥주 5캔을 꺼내는 게 아닌가. 한국에서 오신 터라 당연히 술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한 동행인은 함께 나눠 마시려고 힘들게 맥주를 챙겨 왔던 것이다. 공공장소 음주 금지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해하던 동행인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사람들이 종이백안에 맥주를 넣고 마시던 이유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내 표정도 딱 그랬던 거 같다. 술을 좋아하는 나 역시 바다, 공원 등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사실이 꾀나 큰 충격이었었으니 말이다. 가끔 보석처럼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을 찾게되면 그 만큼 행복한 순간은 또 없는거 같다. 

   


핑크빛 노을을 볼 수 있는 LA, 조금 더 특별하게 보고 싶어 산타모니카 비치에서 노을을 보기로 했다. 베니스 비치와 산타모니카 비치는 서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걸어가기엔 조금 거리가 있는 거 같아 우버를 타고 이동했다. 산타모니카 비치는 베니스 비치와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산타모니카 비치에 있는 벤치에 자리 잡고 노을이 지기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었는데 너무 추운 10월의 LA 날씨 때문에 다 포기하고 집에 가고 싶었다. 멀리까지 왔으니 조금만 참자는 생각으로 노을이 지길 기다렸는데 자리를 잘못 잡은 나는 해가 반대쪽에서 지고 있다는 사실을 늦게 알아채 바닷속 안으로 서서히 들어가고 있는 해를 겨우 맞이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왜 노을 명소로 산타모니카를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었다. 조금 흐린 날씨 탓에 제대로 된 핑크빛 노을은 아니었지만 산타모니카 비치와 어우러진 노을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 일정이 있었던 난 다시 오기를 기약하며 산타모니카 비치를 떠났다.


“아쉬움이 남아야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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