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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도 사람이 될 수 있는 기적의 시간

by 욜로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초등교사를 그만둔 게 아니었다. 그저 '내가 마음껏 나다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라는 마음 하나로 사직서를 냈다.


처음에는 아이 둘을 학교에 보낸 후 집에서 혼자 보내는 자유시간이 참 달콤했다. 그동안 못 보던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낮잠도 자고, 온라인 쇼핑몰을 휘젓고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렇게 시간을 의미 없게 흘려보내면 안 되겠다 싶었다. 이런 삶을 원해서 교직을 그만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려면 여태껏 하지 않은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때 마침, 딸의 친구 할머니께서 켈리 회 회장님이 쓴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를 선물해 주셨다. 자기계발서를 몰입해서 읽던 시기여서 푹 빠져 읽었다. 그 책을 통해 '나도 부자가 되어보자!' 결심했고, 우선 부자들이 가지고 있다는 습관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의 변화 없이는 인생을 절대 바꿀 수 없습니다.

성공의 비밀은 일상생활의 습관에 달려있습니다."

- 존 맥스웰 -


문제는 내가 전형적인 작심삼일형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연초마다 야심 차게 구입한 다이어리는 끝까지 써본 적이 없었다.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늘 미약한,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무렵 켈리 최 회장님께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하셨다.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서 계획했던 대면 강의를 할 수 없게 되자, 대신 인스타그램에서 '끈기 프로젝트 100일'이라는 활동을 진행하셨다. 이 프로젝트는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하나의 습관을 실천하고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는 방식이었다.


처음 시작한 건 '아침 성공 명언 100일 프로젝트'였다. 매일 아침 켈리 최 회장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성공 명언을 필사하며, 성공한 사람들의 마인드를 내 안에 새겼다. 그 기록을 매일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서로 댓글로 응원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말을 온몸으로 느낀 시간이었다.


운동, 독서, 새벽 기상, 명상, 긍정 확언 쓰기, 경제신문 읽기 등 같은 갖고 싶은 습관들을 100일 프로젝트를 통해 하나씩 장착해 나갔다. 신청한 모든 챌린지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완주해 냈다. 이 경험을 통해 작은 성공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100일 동안 챌린지를 빠짐없이 완주하는 사람이 약 20%뿐이라는 사실이 해냈다는 뿌듯함을 더 키워주었다. 이런 작은 성취가 쌓일수록 작심삼일형 인간이었던 내가 점점 될 때까지 해내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새롭게 배우고 싶거나 갖고 싶은 습관이 생기면 100일 챌린지를 통해 내 것으로 장착한다. 100일 완주의 비법은 딱 2가지다.



1. 하루 10분만 하기


아무리 바빠도 누구나 하루 10분의 시간은 낼 수 있을 것이다. 스쿼트를 100번 하는 것도 10분이면 충분하다. 그 짧은 시간이 꾸준히 쌓이면 생각보다 큰 변화가 일어난다. 운동 100일 챌린지를 시작할 때도 처음에는 '매일 하루 10분만 하자!'라고 계획했더니 시작이 훨씬 쉬워졌다.


예전에는 '하루 1시간 운동하기' 같은 목표를 세웠다. 30분밖에 못 하면 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꼈고, 그게 쌓이면 결국 작심삼일로 끝나곤 했다. 너무 큰 계획은 오히려 시작을 주저하게 했다.


그런데 10분이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하는 마음이 들면서 몸을 움직이기가 훨씬 쉬웠다. 그렇게 10분으로 시작한 운동이 점점 20분이 되고, 30분이 되고, 어느새 1시간이 되어 있었다. 막상 시작해서 하다 보면 몸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운동하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났다.


정말 힘들거나 여건이 안 될 때는 '그래, 오늘은 10분 만이라도 하자.'라고 생각하니 매일 지속할 수 있었다. 결국 10분의 힘이 100일 동안의 꾸준함으로 이어졌다.


독서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10분으로 시작한 독서는 30분이 되고, 1시간이 되었다. 처음 100일 독서 챌린지를 시작할 때 하루에 책 한 권씩 읽고 인증하는 인친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책을 하루에 한 권씩 읽을 수 있어요?" 매일 꾸준히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100일 챌린지를 3번 반복하고 나니 어느 순간 내가 그 인친처럼 되어 있었다.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읽은 책의 내용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생각하는 능력이 향상되는 걸 느꼈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성장한 내 모습을 느낄 때면 뿌듯함과 희열을 느꼈고, 그 감정이 또 다른 시작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2.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선언하기


혼자 하다 보면 흐지부지 끝내버리기 쉽다. 그래서 나는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서 선언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오늘부터 100일 동안 매일 운동하고, 스토리에 인증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내 스토리 인증을 보고 함께하고 싶다는 인친들이 하나둘 생겼다. 그분들과 서로 태그하고 댓글로 응원했다. 스토리 잘 보고 있다는 응원 DM을 받은 적도 있다. 누군가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더 꾸준히 하게 되었다. 책임감이 강한 내게 이 방법이 잘 통했다.


실제로 '공개 선언 효과'에 대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실험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목표 점수를 설정하게 했다. 첫 번째 그룹은 자신의 목표를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두 번째 그룹은 마음속으로만 다짐했으며, 세 번째 그룹은 별다른 목표 설정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목표를 공개한 그룹이 다른 두 그룹보다 현저히 높은 성과를 보였다. 마음속으로만 다짐한 그룹은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그룹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목표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면 자신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려는 책임감이 생긴다. 주변의 지지와 응원이 더해지면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된다.




이 두 가지 비법 덕분에 시작했던 100일 챌린지를 모두 완주할 수 있었다. 100일 동안 하나의 습관을 하루도 빠짐없이 끝까지 해내는 경험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내 안의 힘을 발견하고, 단단한 마음 근력을 길렀다. 그렇게 쌓인 작은 성취는 더 큰 도전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는 힘과 행동력을 주었다. 여행으로도 가보지 않은 나라인 두바이로 부동산 투자 이민을 떠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길러진 마음 근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를 2년 여만에 다시 시작할 때도 나 홀로 블로그 100일 쓰기 챌린지를 해냈고, 스레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블로그와 스레드에서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 100일 챌린지를 운영 중이다. 그 과정을 통해 글을 꾸준히 쓰게 된 사람들의 감사 인사를 받을 때면 참 뿌듯하다.


가지고 싶은 좋은 습관이 있다면, '하루 10분 매일 100일 하기'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처음엔 사람이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엔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실감하는 날이 분명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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