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그 강력한 힘

by 욜로나


파이어족이 된 후로 내 소비 습관은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월급이 들어오면 한 달 동안 애쓴 나를 위해 남지 않을 자잘한 것들을 소비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꼭 필요한 것만 산다. 출근하지 않으니 새 옷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2년 동안 옷을 안 사던 시기도 있었다. 세일이라고 물건을 쟁여두는 일도, 충동구매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반드시 지키는 소비가 있다. 바로 100일 챌린지를 완주했을 때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100일 동안 한 가지 일을 하루보 빠짐없이 반복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함께 시작한 사람들의 완주율이 20% 정도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00명이 시작하면 20명이 완주한다는 뜻이다. 시작은 쉽지만 지속은 그만큼 어렵다. 그래서 100일 동안 매일 해낸 나를 위해 작은 선물로 보상하기 시작했다.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상은 모든 습관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신호는 그 보상을 알아차리는 것이고, 갈망은 그 보상을 원하게 만드는 것이며, 행동은 그 보상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보상이 있어야 행동이 반복되고, 그 반복이 결국 습관이 된다는 뜻이다.


나 역시 그 말을 실감했다. 보상이 있으니 지속이 훨씬 쉬워졌다. 그때부터 100일을 완주할 때마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 하나의 의식이 되었다. 그 의식이 나를 다시 다음 100일을 도전하게끔 이끌었으니 그야말로 선순환이었다.


새벽 기상 100일에는 러닝화를, 독서 100일엔 독서대를, 운동 100일엔 레깅스를, 긍정 확언 100일엔 나를 위해 무선 키보드를 선물했다. 필요한 물건이 생겨도 ‘이건 다음 100일 완주 후 선물로 해야지’하고 일부러 미루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내 손으로 온 물건은 단순한 소비품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이 담긴 소중한 상징물로 느껴진다.



스레드를 시작했을 때 꾸준히 쓰는 습관을 지니고 싶어서 '매일 쓰기 100일 챌린지'를 혼자 시작했다. 짧은 글이라도 매일 쓴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뭐라도 쓰다 보니 결이 비슷한 스친이 하나둘 생겼고,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내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도 알게 되면서 글감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덕분에 혼자 했음에도 100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완주해 낼 수 있었다.


이 챌린지의 보상으로는 고래 꼬리 모양 은팔찌를 맞췄다. 나는 고래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다. 고래는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와 큰 도전을 상징한다. 압도적인 경이로움을 주는 존재인 고래와 함께 바다에서 수영하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데, 팔찌를 손목에 두르니 볼 때마다 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팔찌가 반짝일 때면 고래가 ‘우리 곧 만나자’라고 속삭여주는 기분이 들어 설레는 것도 좋다.



스레드 매일 쓰기 100일을 해낸 후 나에게 선물한 고래 꼬리 은팔찌




그 이후 또 하나 완주한 100일 챌린지는 블로그 매일 쓰기였다. 그때 나에게 한 선물은 귀여운 손수건. 딸과 함께 우연히 들른 소품 가게에서 만난 손수건이었다.



블로그 매일 쓰기 100일을 해낸 후 나에게 선물한 손수건



그 가게는 동화 작가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작가의 취향이 묻어나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들로 가득했다. 그중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한 손수건이 눈에 들어왔다. 부드러운 수건 재질, 좋아하는 색감, 귀여운 그림까지. ‘평소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나를 위한 선물이구나’하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데려왔다. 이런 소품 하나도 내 취향에 맞는 걸 고르면, 일상에 작은 온기를 더해준다.


이렇듯 완주 선물은 나에게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꾸준히 해낸 나를 위한 일종의 축하 의식이다. 늘 남을 챙겼지 정작 나를 돌보는 일은 뒷전이었다. 하지만 이런 의식들을 통해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제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아끼고 응원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삶을 더 많이 칭찬하고 축하할수록, 축하할 일이 더 많아진다"라는 오프라 윈프리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쌓아온 시간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이 선물들은 오늘을 정성으로 살아낸 나의 소중한 트로피다.


+@

다음 화부터는 '나답게 살아보기'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본격적인 도전의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기대해주세요:)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