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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퇴직금과 짜파구리

by 욜로나



퇴직금으로 주식 한 종목에 몰빵한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그땐 그 선택이 내 삶의 방식을 바꾸게 되는 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초등교사를 의원면직하면 퇴직수당이라는 게 나온다. 내 통장에 입금된 금액은 약 2천만 원. 여기에 60세부터 매달 세후 80만 원 조금 넘게 받을 수 있는 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았다. 그 금액이 62,955,120원이었다. 퇴직수당과 연금 일시금을 합치면 82,921,220원. 나는 이 돈을 60세부터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40년 동안 연금으로 매달 받게 될 돈보다, 지금 투자해서 60세 전까지 훨씬 크게 불릴 자신이 있었다.



2019년에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걸 기억할 거다. 영화 속에서 ‘짜파구리’를 요리해 먹는 장면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그 무렵 종이 경제신문을 매일 읽고 있었다. 모르는 용어가 많아 줄을 그어가며 공부하듯 두 시간씩 읽었다. 그러던 중 'SNS에 전 세계 사람들이 짜파구리를 만들어 먹는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라는 기사를 봤다. 그 기사가 그냥 넘겨지지 않았다.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이건 기회일 수 있겠다.' 싶었다.


짜파구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만드는 회사는 농심이다. 오랜 시간 국내 라면 시장 1위를 지켜왔고, 해외에서도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었다. <기생충>의 글로벌 흥행으로 짜파게티와 너구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보였다.



퇴직수당과 연금 일시금을 합친 8천2백만 원으로 농심 주식을 매수했다. 내 의지와 판단으로 매수를 결정한 첫 주식 투자였다. (신혼 때 지인의 말만 듣고 주식 투자를 한 경험이 2번 정도 있다. 손해를 보고 '주식은 할 게 못 된다'는 생각으로 쭉 하지 않았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몇 개월 만에 40% 넘는 수익을 보고 매도했다. 8천2백만 원이 1억 1천만 원이 된 것이다. 의원면직할 당시 연봉의 절반이 훌쩍 넘는 금액을 몇 개월 만에 번 것이다. 짧은 기간에 이렇게 큰돈을 벌어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매도 후 계좌에 찍힌 숫자를 봤을 때 벅찼던 감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분명 초심자의 행운이었다. 트렌드에 의존한 투자가 얼마나 큰 위험을 안고 있는지 그땐 몰랐다. 하지만 무식해서 용감했던 그 경험 덕분에 주식이라는 세계를 내 삶에 들여놓게 되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흔들던 시기였다. 다시 한번 ‘농심과 비슷한 주식이 뭘까’를 고민했고, 제약 관련주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선택한 게 씨젠과 모더나였다. 그 결정 덕분에 또 한 번 자산이 크게 늘어나는 경험을 했다.



투자 경험이 많지 않았음에도 자산을 빠르게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종잣돈의 규모 덕분이었다. 천만 원을 투자해 100% 수익을 보면 2천만 원이지만, 1억을 투자해 100% 수익을 보면 2억이 된다. 결국 큰 수익을 보려면 종잣돈의 규모를 키우는 게 중요함을 그때 깨달았다.



회사 임원이었던 남편은 교사였던 나보다 연봉이 훨씬 높았고, 우리는 덜 쓰는 소비 습관 덕분에 종잣돈을 모을 수 있었다. 남편도 내 영향으로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머리가 차가운 남편은 나보다 주식 투자를 더 잘했고, 그가 선택한 종목은 테슬라였다. 등락이 심한 테슬라의 매수, 매도 가격을 미리 정해두고 그 안에서 세 번의 흐름을 타며 자산을 크게 불렸다.


나는 중간에 사업을 시도하느라 투자에 몰입하지 못했지만, 사업이 내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후에는 투자에 집중했다.



유럽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대하라>에서 이렇게 말한다.


"투자자가 기자 그리고 특히 의사와 구분되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것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투자자의 무기는 첫 번째도 경험이고, 두 번째도 그리고 세 번째로 경험이다. 나는 지난 80년간 쌓은 나의 경험을 내 몸무게만큼의 황금을 준다 해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투자는 책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다. 직접 발을 담가서 손에 땀을 쥐어가며 경험으로 체득해야 한다. 만약 투자를 시작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너무 오래 망설이지 않으면 좋겠다. ‘관련 책 50권은 읽고 시작해야지’라고 미루다 보면, 그 독서의 시간이 오히려 시작하지 않기 위한 합리화가 될 수 있다. 우선 관심 있는 기업의 주식을 단 한 주라도 사서 지켜보자. 그 경험이 쌓일수록 시장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시장을 보는 눈을 기르면서, 인생을 바꾸는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는 주식을 내 편으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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