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

by 김여희

영화 ‘임신한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 (What to expect when you’re expecting)’에선 네 커플들의 서로 다른 임신 이야기가 나온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지만 난임, 입양, 유산 등의 각기 다른 소재가 아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그려진다. 임신을 받아들이는 자세, 부모가 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볼만한 영화다. 아이를 간절히 바라던 난임 부부의 임신과 출산, 하룻밤 원나잇으로 갑작스럽게 찾아온 임신 끝 유산, 거듭되는 임신 실패로 입양을 결정한 커플의 고민 등. 현실보다는 오버스럽지만 우리네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것도 아닌 이야기. 그중 극 중 웬디(엘리자베스 뱅크스)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임신을 시도하지만 계속적으로 실패를 맛본다. 그러다 우연히 야심한 밤, 나무 아래서 엉겁결에 하룻밤을 보내고 난 후 임신에 성공하게 된다. 그토록 바라고 기다렸던 임신이었지만 녹록지 않다. 심한 입덧과 호르몬으로 인해 들쑥날쑥한 감정 기복,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 불시에 나타는 생리현상들. 어느 날, 웬디는 기조연설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준비해 갔던 말쑥한 드레스에 오줌을 지리고 만 그녀. “임신 경험은 마법 같은 행복한 기적.”이라는 멘트로 시작했지만 이내 울먹거린다.


“이거 전부 다 개소리예요. 임신 정말 구려요.

사람 하나 만드는 거 정말 힘들다고요.”






난임으로 인해 몸고생 마음앓이할 때만 해도 모든 걸 다 감내할 거라고 생각했다. 심한 입덧 이야기는 가진 자의 여유, 앓는 소리쯤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임신의 문턱을 넘고 나서도 하루하루는 조마조마하기만 했다. 시간은 입덧과 호르몬 변화로 꽉 채워 느리게 흘렀다. 14주를 맞이했다. ‘16주나 돼야 안정기지...’ 16주를 간절히 기다리다가도, 이내, ‘쌍둥이들한텐 안정기가 없지...’ 힘없이 주절거리기를 반복했다. 처음엔 “저 임신했어요!!!” 동네방네 뛰어다니며 묻지도 않은 질문에 혼자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임신 자랑은커녕 불안한 마음이 깃들 때마다 혼자 임신 출산 카페에 들렀다. 난임 카페를 맴돌다 나와, 이제 초기 유산을 걱정하며 임신 카페를 거닐고 있었던 거다. 마음 같아선 궁금증이나 불안감이 일렁일 때마다 병원으로 가, 심장소리만이라도 듣고 오고 싶었다. 그 와중에 좀 잦아드나 싶었던 토덧이 몰아닥쳐 주방과 거실 사이 어느 즈음에 토덧을 쏟아내고 말았다. 12-13주 차에 이르니, 이제 토덧 뿜이었다. 아이들이 잘 있다는 반증이겠지, 토덧으로라도 위안 삼아야 했다.








날짜를 6월 26일이 아닌, 17주 5일로 세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엄마가 걸으면 양수 안에서 흔들흔들, 둥실둥실하고 있다는 아이들은 156일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성별이 남아, 여아 남매 둥이인 것으로 확정된 뒤라 실은 로또 맞은 듯 기쁜 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환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애써 꾹꾹 누르고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며. 이러나저러나 조심, 또 조심이었다.

19주 6일째엔 두 번에 나눠서 본다는 정밀초음파를 보고 왔다. 손가락, 발가락 개수, 눈, 코, 입과 골격을 보고 왔다. 설명을 들어도 딱히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감격스러웠다. 아이들도 저마다 파이팅 넘치게 성장하고 있었다. 엄마가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동안에도.


배가 제법 나오니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숨이 차올랐다. 임신선은 분명해지고 배꼽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시시때때로 배가 가려웠다. 튼살크림을 바른다는 핑계로 배를 살살 긁으며 22주를 맞이했다. 22주 5일에 예약되어있던 진료였지만 22주 2일에 병원에 방문했다. 매번 인내심이 부족한 엄마였다.


초음파 사진을 받아 들고 몇 번을 들여다봤다. 엄마 눈에만 예쁘게 보인다는 사진이다. 아이들은 66 자세로 위치도 바꿨고 선둥이, 후둥이 순서도 바꿨다. 1차엔 손가락, 발가락, 언청이 여부 입술 확인, 척추 등을 2차엔 심장, 위 등 내장기관 확인했다. "보이시죠?" 물어보셔도, 딱히 엄마 눈에도 잘 안보이던 아이들이었지만 어쨌거나 ‘이상 없음’. 주수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 중이었다.


어떤 날엔 명치 통증으로 괴롭기도 했지만 경부 길이도 알맞았고 양수양도 적당하다니 그저 다행이었다. 하지만 불면증의 밤은 이틀에 한번 꼴로 찾아들었다. 밤은 지독히도 길었다. 배가 나오면서 횡격막 기능이 저하되어 폐활량 감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산소저하 및 혈압강하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수면장애가 찾아오기 쉽다고 한다. 잠에 들었다가도 화장실도 자주 가야 했고 숨을 쉬는 것도 불편해 몸을 어렵게 뒤척거리기 바빴다. 뱃속에서 태아가 점점 자라면서 방광과 폐를 누르게 되니 그렇다고 한다. 임신 후반기에 몸무게 증가와 심리적 요인, 자궁의 팽창, 체내 호르몬 변화 등 이슈가 겹쳐 컨디션이 좋을 리 없었지만 이 또한 상상 이상으로 버거웠다. 태동과 자궁으로 인한 압박감으로 숙면을 취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임신 후기에는 '심스 체위'가 좋다고 한다. 왼쪽 옆으로 누워 왼다리를 뒤로 구부린 다음 구부린 다리 앞쪽에 베개를 놓고 오른 다리를 베개에 올리는 자세였다. 나름 편한 자세를 찾아 몸을 움직였고 불면증에 좋다는 오일도 뿌려가며 30주의 이슈를 극복해나갔다.






임신 기간 동안 겪을 만한 모든 증상을 겪으면서, 내 안에서 또 다른 생명들을 키워내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나처럼 오랜 기다림과 간절한 기도 끝에, 어렵게 아이를 가진 사람에게도 임신은 쉬운 일이 아닐진대, 하물며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지. 엉겁결에 아이가 찾아들었다면. 만약 원하지 않았던 임신이라면. 임신할 상황이 아닌 거라면.


임신 초기에 임산부는 대부분 입덧을 겪는다. 보통 5-6주에 시작해 9-10주에 가장 심하다. 이 구역 및 구토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이나 정도에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임신 중에 겨드랑이, 엉덩이, 가슴 등에 튼살이 생기기도 한다. 임신 중 생긴 튼살은 출산 후에도 잘 사라지지 않으니 튼살 크림으로 충분히 마사지해주는 게 좋다. 그 외에도 당뇨병, 고혈압, 갑상선 질환, 자가면역 질환 등 관련해서 산모의 건강상태를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신체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변화가 극심하니 마인드 컨트롤마저 필요하다. 난임을 겪은 후에 맞이한 반가운 임신 소식이었어도 나의 임신 역시 웬디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pregnancy is sucks...라는 말까지는 안 나왔어도 살얼음판 위 하루하루일 때도 많았다. 어느덧 조심하라던 34주가 시작되어 34주 5일째를 맞이했다.


보통 쌍둥이들은 36-37주 사이에 제왕절개로 출산을 한다. 임신 기간 동안 겪었던 수난 아닌 수난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가벼워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뱃속에서 꼬물거리는 아이들도 궁금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66 자세로 돌아온 이후부터 이미 병원을 옮긴 예비 쌍둥이 엄마였다. 자연분만 시도로 마음을 먹고 쌍둥이 자연분만 의사 선생님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만삭의 몸으로, 병원까지 차로 40분을 넘게 달렸다. 주위에선 우려 반, 비웃음 반의 반응을 보였다. ‘쌍둥이 자연분만은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는 걱정과 ‘멋모르는 소리 한다’는 비꼬는 말들이 들려왔다. 귀를 닫았다. 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신호를 줄 때까지 버텨보마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39주가 다 되도록 신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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