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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Apr 09. 2022

완벽한 그림의 육아 일상은 없다

SNS용 육아일기


앞 사진만 보면, 인스타 인증샷 용쯤

려나. 요새, 특히 SNS를 통해 힐끔힐끔 들여다보는

'남의 육아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극히 교육적이고 유익하다. 완벽한 육아 일상 작품 같다. 사진 속 남편의 모습은 협조적이고 가족 완전체의 모습은 단란 그 자체다. 나도 따라 해보고 싶어서 '인증'이라는 걸 종종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적어도 나의 육아는.

현실에, 완벽한 그림의 육아는 없다.


호기롭게, 인도 명상 음악을 틀고

잔잔하게 시작한 미술놀이는

물놀이와 함께 나의 악 지름으로 끝이 났다.


굳이 SNS에 인증하고 싶어

시작하는 미술놀이는 아니지만,

그 베이스엔 아이들의 감성 발달을 꾀하는 

 엄마 꿈나무의 욕심이 서려있다.







그런데,


"우리, 오늘은 봄을 표현해볼까?" 주제 던짐이 무색하게_엄마는 벚꽃나무를, 딸은 나비를

그리는 잔잔함 가운데

누군가는 갑자기 바둑판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이어 자동차가 등장한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다 말고 갑작스럽게

풀도 생각나고 테이프도 좀 붙여줘야 하는 모양이다.

뒤늦게, 예술에의 영감이 들끓은 듯.


또, 갑자기 알록달록 색색의

물감을 재료로, 물놀이를 시작했다.


화창한 봄으로 시작하고자 했는데

요란스러운 여름 물장난으로 끝난

'나의' 미술놀이.





붓도 스스로 씻고 싶고 물도 혼자서 갈고 싶은

그 열정 앞에 자율성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_

테이블도, 바닥도, 화장실도, 옷도, 침대도,

모두 젖고야 말았던 육아현실이었던 게다.


전혀 아름답지 않다. 교육적이지도.

의도는 좋았으나 끝은 ''으로 끝났으니.

엄마가 또 지고 마는 게임었다.


잘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미술놀이 뒤 끝을

고성으로 마무리 짓고 말았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봄을 표현하고자 했던 본래 의도는 실패을지언정

흐드러진 벚꽃 아래에 한참 서서

벚꽃 엔딩으로 위안 삼아봤다.


떨어지는 여리여리한 벚꽃 잎들이

내게 속삭였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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