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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May 25. 2022

못났던 손절의 예. 비보 悲報로 끝난 인연

혼밥 ; 인도 카레 & 양꼬치

손절했다, 말하면서도

시시때때로 그 사람과의 지난 페이지를

넘겨봤었다.


그때의 옹졸했던 마음이 혼자서 풀려...

그 사람의 SNS를 뒤적거려보기도 하고

건너 건너 사람들에게, 그 사람의 소식을

은근슬쩍 묻기도 하고.


혼자서 마음이 상해 돌아섰다가,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혼자 서서히 뒷걸음쳤다가,

혼자 손절을 감행했다가,

다시금 뒤돌아보던,

나 혼자 널을 뛰던 관계.







치졸했던 것도, 상처가 두려워 이기적이었던 것도

나 혼자였던_ 철저히 나만 생각했던 그런 관계.


시간이 흐르고 흘러 되돌아보니

"지지리도 못났다!"는 사실만 씁쓸하게 확인하게 되는 그런 사이었던 거다.


하지만 최근 그 아이와 나의 인연은 끝이 났다.


이제는 제법 마음에 여유란 것이 생겼다 싶어,

되돌려보던 그 페이지에 다시금 책갈피라도

꽂아볼까... 하면몇 번이고 힐끗거리기를 반복는데!


때 이른 비보悲報가 들려왔다.








'그땐 내가 너무 어렸었어.'

못남을 인정할 수도,

일방적인 무례함을 사과할 수도 없게 돼버렸다.


그동안의 세월의 공백을 이유삼아

'끝낼 때도 되었지...'라고 위안 삼기엔

한때 너무나도 소중했고, 지금 너무나도 아까운

그런 사람이었는데!


추억을 곱씹으며 후회를 하고 아쉬워하기에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우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어서

무턱대고 그냥 울었다.


"예끼 못난 사람아."


이렇다 할 기회도 안 주고 성급하게도 가버린

그 사람이 못난 건지,

망설이기만 하다 놓치고서 망연자실해하던

내 꼴이 못난 건지 모를 일이었다.







비보를 접하고 나서 며칠간은, 그 사람과 예전에

자주 먹었던 음식들을 혼자 먹으러 다녔다.


코 끝이 찡한 가운데서도, 밥은 밥대로

잘 들어가는 것이 참으로 이상할 일이었다.


몇 끼를 그렇게 먹고나더니

이제는 sns를 훔쳐보는 것도 그만두게 될 정도로

생각보다 빠르게, 마음이 정리됐다.








어슬렁거리던 sns 계정마저 사라져 버려서 그럴까.

"살 사람은 살아야지..." 나는 또 서서히 발을 빼고 있을까.


여러모로 이기적일 노릇.


어쨌거나 이제

아이와 함께 손으로 집어먹으며

킥킥대던 인도 카레와 쯔란을 흠씬 묻혀

지글지글 구워 먹던 양꼬치 간간히 먹으러 가는 거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맛있고 먹으면서도,

둘이서가 아니라 여전히 혼자 먹고 있는

이 음식들을 아쉬워하겠지.


'예끼 못난 사람아' 읊조리면서 말이다.


미안하고 미안했어.

보고 싶다.

늘 그랬었어...

이 말들이 그리도 어려웠을까.


(예끼 이 못난 사람.

왜 그렇게, 혼자 가버렸니.)


(이제야 말하면 무슨 소용이니.)


음식들 사이로,

아쉬워하는 말들

혼자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널뛰기질을 하겠지.







홀가분하다 생각했던 손절에,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구 남친'은

왜 이리도 많은 걸까.


살다 보니...

홀연히 정리하고 나니

어느 순간 튀어올라 '락'걸려

허망한 종목 손절 損切도 있고


이제 더는 세상에 없어

아무것도 해볼 도리가 없는

바보 같았던_ 사람 손절도 있다.


어느 경우에라도 그냥 손절하지 않는 게 나은 거였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구덩이 파는 종목들은 늘어만가고,

사람은 곁에 없다.


한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던 그 인연들은

다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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