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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Sep 18. 2022

내 안의 분노

육아일상

누군가와 나눴던 대화들을 거슬러 올라가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었다.


날이 서있던 문장들 속, 뉘앙스들까지 헤집었다.


그렇게 사소한 단어 하나하나에마저

시시비를 가리려고 했던 건,

다름 아닌 친정 엄마와의 대화에서였다.






이 세상 누구보다 나와 닮은 사람인 것을,

누구보다 나를 응원할 사람인 것을.

헤아려봤자 그 끝엔 사랑이나 희생 비스름한

단어들만 남을 엄마 속을

뭘 그렇게 들여다보고, 헤집어 파려고 했던 걸까. 


하지만, 엄마라서 나는 그냥, 끝까지 물고 늘어졌나 보다.







한참을 그렇게, 한 길_사람 속을 헤아려보려 하다...

그 마저도 멈췄다.


귀찮고 번거롭다.

누군가의 관계를 정비하는 일.

다른 이의 입장을 헤아리는 일.

그 모든 노력에 대해 계산하는 수고로움.


요즘 나는 그렇다.


탓하는 말들을 견디기 힘들어

책임을 운운하는 일에

애초 메이려 하지 않는다.


오고 가는 감정들 속에 흐르는 미묘함이

싫어 시작에서조차 뜸을 들인다.


최소한의 관계 안에서

대부분은 혼자서 바득바득

굴려가는 일상이거늘 이다지도 가시가 돋칠 건 뭔지.

겁내 하는 연유는 뭔지 싶지만.







그나마 돋친 가시가, 아이들에게 향하지 않은 날은

다행인 날이다.


엄마가 되고 나서 빈번히 서글퍼졌다.


아이들 앞에서 나의 예민함은, 때때로 예상치를 벗어나

걷잡을 수 없이 폭발했던 까닭이었다.


하루 중 아이들에게 쏟았던 모든 마음과

잘하려고 했던 사사로운 노력들이

공중분해되는 순간이다.








폭발의 잔해들은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책감으로 내 마음에 머물러 있는 기간보다

내 아이들의 기억 속 잔상으로, 더 오래

남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며 한숨짓는 내가 보인다.


잘하려고 했을 뿐인데...

읊조리

나를 추스르는 동안

이미 눈물이, 나약함을 말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망했다.'

내 화에, 내가 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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