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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그때와 나의 지금

코로나 일상 속 육아

by 김여희 Mar 11. 2022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은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맛보면서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내가 아는 너는, 책을 즐겨하거나 마들렌 같은 디저트를 즐겨할 만한 남자는 아니 잘 모를 테지.


누군가에겐 마들렌이었겠지만 나에겐 계란빵이 그것인데.


엄마가 큰 프라이팬에 만들어주던 계란빵 향이 가끔 생.

갓 구운 포근포근한 계란빵을,  흰 우유에 마시던 때.


계란빵 말고도 엄마는 꽤 많은 음식들을 집에서 만들어주셨는데


그럴 때마다 아래층 이모와 윗 집 아이들, 옆 집 아이들 모두가 모였어.

지금으로 따지면 엄마표 요리놀이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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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육아를 하던 시절과 내가 육아를 하고 있는

지금은 년수로 따지면 30년 차이 즈음 나는 것 같은데...

참으로 다르다.


가끔 엄마가 들려주던 그때의 이야기가 너무도 아득하게 들린다고 할까.


비가 오면 온 집들을 돌면서, 빨래를 걷어주던 때,


종종 서로의 아이들을 맡아주던 때,


새벽에 갑자기 양수가 터지니, 아래층 이모가 물을 끓이고, 옆 집 할머니가 우리 집 둘째 동생을 받아주었다던 그때.


지금은 간혹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집 아이들을 만나도 인사를 나누지 않을 때도 있고


심지어 아이들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으면

한 발 뒤로 물러서게 되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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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엄마 세대의 저력이란 것에 생각해본다. 우린 '82년생 김지영' 으로라도 볼멘소리를 하긴 하지만

우리네 엄마들은 싫은 소리 없이 그 많은 걸 감내했다지. 할머니 세대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래서인지 엄마는 '우리 엄마'이면서도, 가끔 내가 투덜거리는 것들에 대해 공감을 못할 때가 많아.


'우리 딸'이라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아마 다른 곳에선 "요즘 아이들은... 쯧쯧" 말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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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엄마 때엔, 코로나19 바이러스 따윈 없었잖니.

과정 속에 불편함은 있었을지언정

매 순간순간의 두려움은 없지 않았을까.


이렇게 각박해지고 자유가 사라질 줄 알았다면

더 많이 싸돌아다닐걸, 더 많이 부대낄걸,

더 많이 방황할 걸 지나간 것들이 참 아쉽다.


소중한 지 모르고 무턱대고 흘려보냈던 많은 것들 말이. 일상의 조각조각, 놓치지 않고 누릴 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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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간 김에 온 몸의 때란 때는 다 밀고 올 기세로,

엄마가, 세 딸들의 때를 밀어주던 목욕탕 일상이 그립다.


트럭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후후 불며 어묵꼬치를 먹고

어묵 국물을 종이컵에 마시던 때가.


(요샌 붕어빵이 2개에 천 원이라 그 돈마저도 아끼게 되더라.)


춤은 잘 못 추지만 클럽에서 엉성한 춤이라도

더 흥에 겨워 출 것을.


그땐 뭘 그렇게 의식했을까.


여권 위 숱하게 찍힌 스탬프들을

소중하게 매만지면서도


여태 자리 못 잡고 이리저리 떠돌기만 한다는,

8층 첫째 딸내미 소리라도 듣게 될까 봐

왜 마음을 썼을까.


붕어빵 하나를 안 사주면서 말만 보태는 사람들 따위 신경 쓸 일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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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마음 쏟고 신경을 쓰던 많은 것들 중에 불필요한 것들이 꽤 많았다.


나에겐 계란빵 하나로도 떠올려보는

노릇노릇한 어린 날의 기억이 많은데

너에게 너의 어린 날을 물으면, 어떤 말을 할까.


계란빵 향만큼 향긋하거나 포근포근할 것

같지 않을 걸 알기에_묻지 않으련다.


그러나 저러나, 어쩔 수 없는 코로나 일상이라도

하루하루 잘 살아보려 해.


이런 오늘마저도, 소중했었다... 푸념을 늘어놓을지도

모를 일이잖니.


너는 이제, 좀 평화롭길 바란다.

무한한, 너의 공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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