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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모닝 투몬비치 아침 산책

계획없이도, 꽉 채워지는 때를 맞이하는 순간.

내 여행 인생에서, 가장 비싼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간만에 불어든 여행에의 순풍에 지금 기대어

나아가지 않으면 또 언제 떠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후다닥 결제 버튼을 눌렀다.


재고 따질 것 없이 그렇게 결제된 금액은

사악했고, 가성비 또한 좋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일단 떠날 수 있다는 게 중요했으니까.





늘 나 혼자만 쓰는 여행에의 기록을 채워오다가

처음 오롯이 4인 가족의 여행을 꾸려보려니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짐은 콤팩트하게, 빠짐이 없어야 했고

계획은 느슨하지 않게, 또 타이트하지 않게

적당해야 했다.


날씨요정이 깃들길 바라나,

날씨 변수도 미리 감안해야 했다.


이 모든 게 잘 버무려져 세 남녀 쌍둥이와 40세 중년 여행 신생아의 만족도에도 별이 채워지면 좋겠고.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

부부싸움을 잘 비켜가야 한다는 것.






그렇게 빼곡하게 4인 가족의 여행계획을

채워서 괌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다행히 날씨요정이 깃들어, 내내 적당히 따사롭고

쾌적한 습도 속에서 에메랄드 빛 바다를 즐겼다.


돌고래 대신 날치의 파르르 날갯짓만 보고 왔지만

동화책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돌고래도 찾아 나섰다.


다소 욕심껏 코스를 짰지만 괌남부투어 일정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1분 1초가 아쉽던 괌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에 들 무렵엔

"다행이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는 혼잣말이 새어들었다.


곤한 와중에도, 불면증은 찾아들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에 빠져드는듯하다, 눈을 뜬 시각은 5시 30분.


난데없이 괌에서 미라클 모닝라니.






신발을 들고 살금살금 객실을 빠져나와

투몬비치로 향하던 길.


계획에도 없던 아침산책시간은

괌에서의 일정 중 내게

가장 평화롭고 안온한 시간을 안겨주었다.






괌인가, 구암리인가...

한국에서만큼 한국인이 즐비해있다고 생각했던

괌에서 한국인 없이 오롯이 낯선 외국인들과

굿모닝 인사를 건네던 시간.


영롱한 꽃들의 매력에 취해 한참을 꽃만,

그저 꽃만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







몰려드는 파도에, 작은 두 발로 파도 넘기를 하던

바닷가 새 한 마리를 지켜보다

그 모습을 함께 지켜보던 외국인과 눈인사를 나누던 시간.





아침거리를 할 요량으로 마트에서 요거트를 사고

로컬 마트 직원에게,

근처에 맛있는 동네 빵집이 있느냐고 묻던

가벼운 스몰토크가 있던 시간.






하루 내내 북적북적 일 쇼핑몰 대신

호젓하기만 한 쇼핑몰 거리를,

명품 쇼핑백 대신 마트종이봉투를 가슴에 안고

거닐어 보는 시간.






버스 정류장 하나하나마다 각기 다르던

그림체들을 눈에 담으면서

혼자서 나도

"I love GUAM"을 읊조려보던 시간.


그렇게 계획도 없이 꽉 채웠던 아침에의 두 시간 속에

흠뻑 빠져들어있다 정신이 들어

"나 아침산책 나왔어. 아이들 일어나거든 연락 줘."

메시지를 보내니


"애들은 이미 한 시간 전부터 일어나 있어."

내 기분 탓인 건지

생콩 한 문자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창한 계획 없이 꽉 채워주던

밀도 높은 순간을 선물 받았던 아침,

괌모닝이었으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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