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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만 주세요.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살며 도시락가게에서 일을 하는 전직 성 노동자 여성의 잔잔한 일상이 담긴 일본영화 치히로 상. 영화 속에서 치히로는 말한다.


(제가 '이거 좋다'라고 말하면

'그거 좋네'하고 공감해 주면 좋겠어요.

제가 '그렇지?'라고 말하면

'그렇다'라고 말해주고요.

뭐랄까, 제가 원한 건 그것뿐이었거든요.)


그래, '공감' 그것뿐이었다고 한다.







오은영 리포트_결혼지옥에서 십수 년을 함께 살며

지적 장애 2급과 지적 장애 3급 자녀를 키워왔다던

부부 중 아내는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 덕분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네.

고생했네.

이 말 한 마디면 됐었어요...)


그래, 고생했네_'인정' 한 마디.



하지만 치하는커녕

 아내가 아이들이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이래로

30년 평생, 홀로 고군분투해 왔던 것에 반해 남편은

부정과 방관의 자세로 늘 한 발짝 물러나있었다.


그간 아내 고통과 스트레스는 응축되어 분노와 울분으로 폭발했다. 그러다'후회 없는 황혼 이혼' 선언으로 치닳았다. 하지만 이혼을 원한다는 마당에 방송에까지 나와, 토로하는 그녀의 심경은 대체

무엇일까? 의구심이 일었다.


결국 그녀는 이혼을 말하면서도

여태,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라고

노력에 인정받길 원하며,

마음을 헤아려줄 공감이 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END가 아니라 ING를 위해.


치히로 상과 결혼지옥 속 아내가

바라는 건, 아주 특별하고 대단한 보상도

아니었다.


 하지만 치히로 상이 쓸쓸하게

읊조리는 걸 보면, 지적장애 자녀들을 홀로

키워오다시피 한 아내가 울부짖는 걸 보면

공감이란, 또 인정이란 누군가에게

큰 동력이 되는 것임에 분명하다.





육아일상 속의 나에게도 큰 의미이다.

그저, 무조건적인 공감만 주세요.


(애 키우는 게 뭐 벼슬이라고.

살림하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요즘 엄마들은...)

핀잔과 폄하 대신.


그토록 기다렸던 아이들 이건만

두 아이들 틈바구니 사이에서

우울감에, 눈물이 새어들 때.


쳇바퀴처럼 육아와 집안일 사이를 돌고 돌다

엄마와 주부라는 이름을 걷어내고

사회의 일원으로 일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스며들 때.


출근하는 엄마들의 깔끔한 옷매무새를 힐끗거리며

슬리퍼 속 맨발을 꼼지락거릴 때


몰래 채용공고 파일을 열어보았다, 이내

단념하며 파일창을 닫을 때


가까스로 설거지거리를 정리하다, 또 다른

끼니를 걱정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이 날 때.


평가나 판단 말고 공감.

당신의 매일매일의 최선이 모여

어느 날엔 작품이 되고

또 보람이 될 거라고 말해주세요.


기쁘지만 한편으론

나는 사그라들고 있는 게 아닐까,

푹 꺼져있을지도 모를 나날들이기도 하니깐요







#육아일상

#육아에세이

#일본영화

#치히로상

#공감

#이해

#전업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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