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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두루뭉술한 프롤로그

어느 아침을 기점으로, '어떻게 하루아침에...'라는 말로 시작되는 문장을 거듭 되뇌는 날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매번 그 문장은 끝을 내지 못했습니다. 아무 일이 아닌 일들에도 쉬이 눈물이 쏟아내던 사람이었지만 막상 눈물도 흐르지 않았어요. 어마어마하게 큰 사건 앞에 닥치고 나니 사소한 일들에 푸지던 알랑한 눈물들이 쏙 들어가 버릴 만큼 온 신경들이 멈춰 섰습니다.


나사 하나 풀린 듯, 멍하게 두 어달을 보냈지만 넋 놓고 있을 여유는 없었어요. 다섯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몇 안 되는 손들로, 해야 할 일을 찾아 주섬주섬 간극을 메워나갔습니다. 많은 것을 잃었다는 느낌들로 허망했지만 더 정신을 차려야 할 때임을 알고 있었으니깐요. 앞으로 잃어버린 일상의 것들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할 겁니다. 


작은 뇌 속에서 터져버린 한 줄기 피는, 한순간에 많은 것들을 꺼트렸습니다. 나의 인어공주에게, 그녀가 사랑했던 단어들을 찾아 모아줄 겁니다. 나지막하게 쉬운 말들로 찬찬히 불어넣어 줄 겁니다. 위로 대신 담담한 응원을 담아 한 걸음, 한 걸음 같이 걷을 겁니다. 건강하고 밝은 기운들로 채워나갈 겁니다. 잠시 비극이었을 지언 정, 이 불행이 우리를 덮쳐 잠식하게 만들지 않을 겁니다. 여전히 해맑고 아름다운 그녀가 다시 온전한 일상을 되찾는 그날을 세알립니다. 


단란하던 우리 가족들 앞에서, 어느 날 아침 예고도 없이 무참히 터져버린 그 시한폭탄의 잔해들은 서서히 걷어지겠죠. 미세하게 가려니던 아름다운 감각들도 다시 돌아올 겁니다. 그리고 어눌함이라는 단어도 점차 희미해져 갈 거예요. 그날이 언제가 될지, 기간을 단정 지을 수 없기에 딱 하루씩만큼만 힘을 낼 겁니다. 딱 하루씩 각기 다른 온기를 채워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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