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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직시

by 김여희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 애쓰던 나날이었다.

그게 회피일지언정.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는

지금 서있는 그곳이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어둠 속에 파묻힌 그곳이라는 걸 인지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였다.


그러다, 지금의 상황, 현 지점을 명확하게 짚어주던

친절한 유튜브 플레이 버튼을 하나 누르고 말았다.

또다시 우울감에 갇혀버렸다.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연 순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

자유로웠던 과거를 반추하며

현재를 안쓰러워하는 한탄,

이유를 찾지 않아도 울 이유가 백만 가지는 될 법한 슬픔,

꾹꾹 눌러 담고 있던 원망들.

갖가지 부정적인 감정들이 쏟아져내렸다.

판도라 항아리 맨 밑바닥에 있던 희망을 쓸어 담을

겨를이라곤 없이.


나의 인어공주야.

이렇게 나약하게 주저앉아 눈물만 쏟아낼 뿐인

감정형 인간인 주제에

너에겐 '눈물도 흘리지 마라.' 이야기해서 미안하다.


곧 마음을 가다듬고 궁리를 해볼게.


일단 너 대신 따듯한 단어들을 말하고 더 안아주려 해.


그리고 서서히

안온함을 되찾자.

희망을 주어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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