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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Mar 12. 2024

혼자 여행하는 법

10일 차


20대까지 내겐 못된 버릇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혼자 여행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여자친구도, 동네친구들도

제발 좀 자기를 데려가달라 했지만

한사코 거절하고 떠나곤 했다.


외롭지 않아? 무섭지 않아? 돈은?


그 당시 내게는 집에 혼자 있는 게 더 무섭고

외로웠으며 한국에서 무지성으로 쓰는 돈이

많았기에 딱히 어렵지 않았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비행기표를 사고 짐을 싸고 떠날 곳의

가이드북을 하나 구매한다. 읽을 책을 챙긴다.


태국에서 한 달, 인도에서의 두 달.

내 여행 중에 꽤 길었던 일정의 두 곳도

그렇게 다녀왔다.


막상 현실을 마주하면 수능 전 날

수험생처럼 지문이 없어져라 뒤적거리는 가이드북과 신기하게 방언처럼 터지는 영어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지금 와서는 조금 후회된다.

20대 때만의 패기로 친구들과 혹은 연인과

싸이월드에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여행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힘들 때 이끌어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더 멀리 가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행 중 물갈이를 하느라 2박 3일 동안

숙소 밖을 못 벗어나던 날들이나

가끔씩 찾아오는 의지박약 상태로

다음 일정을 건너뛰고 누워있던 날들.


많은 여행 유투버들 때문일 수도 있겠다.

홀로 떠나려 하는 혹은 혼자 가는 여행이

멋있다는 착각 속에 무작정 떠나지

않았으면 싶다.


생각보다 겁나게 힘들고 어렵다.


차라리 둘이 가서 따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만나는 방법이 나을 수 있다.

그 과정 속에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오래 남을 인연은 결국 웃으며

공항에 돌아와 다음 여행을 약속한다.


어찌 됐든 내 결론은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이

가슴속에 가장 깊이 남아있더라.


자기 계발서에는 나오지 않지만

낯선 나라에서 웃으며 같이 비를 맞아줄

친구나 연인이 있다면 인간관계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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