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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Apr 10. 2024

내가 심은 것

31일 차


지난주 내내 무엇을 심었는가

감자를 심었고 생강을 심었고

당근과 땅콩도 심었다.


언제 먹을 수 있나요?라는 내 물음에

농부가 답했다.

심었다고 다 싹이 나오는 건 아니다.


벌레가 갉아먹고 빗물에 흙이 유실되거나

이런저런 사고로 죽는 것들도 있겠지


사람 마음도 그렇겠구나

내가 심은 것들이 잠들어있는

고작 몇 평 짜리 좁은 땅 속도 모르는데

사람 마음속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그냥 내버려 둬야지

버려둬야겠지

최선을 다해 삽질하고 물을 주고

잡초도 뽑고 퇴비도 뿌려주었으니


허리가 아파오고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너를 위한 그 과정이

그저 내가 행복했으면 된 거다.

그게 내 불안을 멈추는 답이다.


결과는 사실 주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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