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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Apr 10. 2024

보통날

30일 차

오후 늦게 간신히 집 밖을 나와서

주유소에 들른 뒤 세차를 한다.

시골에는 유독 많은 벌레들이

앞유리로 돌진해서 사랑해 버린다.

앞유리를 사랑한 벌레들의 무덤.


이제야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자른다.

농부도 직장인도 아닌 영락없는

거지꼴을 면해본다.


집 안 레몬나무는 도통 힘이 없고

후리지아는 사력을 다해 생을 살고 있다.

내 몸 하나 못 가누며 하루에도 수많은

생과 사를 지켜본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조용하게 사랑받는 일은

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다.


떨리는 다리를 붙잡고

당신이 해준 오징어불고기를 먹는다.

맛이 없을 리가 없다.

입 맛을 다지며 좀 더 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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