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사이에 새치가 늘어나고 있다.
머리카락뿐만이 아니라 몸 안에 자라는
모든 털들 속에 하얀 것들이 숨어있다.
다시금 부쩍 잦아진 스트레스에
초연한 척 아무렇지 않게 넘기지만
당시는 그저 웃어넘길지언정
이제 머리카락을 넘길 때는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
몸은 숨길 수 없다.
타일을 두드리면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이 되버린 것 같고 온갖 잡념과
과거의 망령이 하릴없이 두드리는 소리에
발맞춰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만 하는데
스님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허구한 날 목탁을 두드리며 속세를 떨쳐낼까.
감정소모, 금전손해, 불이익, 시간허비,
건강문제, 뒤통수 등
구멍을 메꾸려고 구멍을 들어가 보니
그 안에 더 큰 구멍이 있고
몸은 구멍에 끼어서 움직일 수 없는,
콩트를 찍고 있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어쩌면 흰 머리카락 몇 가닥 정도로
끝나는 것이 내 몸이 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해결책일 지도 모르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다행히 탈모는 없다.
유전적으로나 후천적으로나.
공포의 흰 털들은 뽑아도 아프다는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