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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Apr 27. 2024

공포의 흰머리

43일 차

1년 사이에 새치가 늘어나고 있다.

머리카락뿐만이 아니라 몸 안에 자라는

모든 털들 속에 하얀 것들이 숨어있다.


다시금 부쩍 잦아진 스트레스에

초연한 척 아무렇지 않게 넘기지만

당시는 그저 웃어넘길지언정

이제 머리카락을 넘길 때는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

몸은 숨길 수 없다.


타일을 두드리면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이 되버린 것 같고 온갖 잡념과

과거의 망령이 하릴없이 두드리는 소리에

발맞춰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만 하는데

스님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허구한 날 목탁을 두드리며 속세를 떨쳐낼까.


감정소모, 금전손해, 불이익, 시간허비,

건강문제, 뒤통수 등


구멍을 메꾸려고 구멍을 들어가 보니

그 안에 더 큰 구멍이 있고

몸은 구멍에 끼어서 움직일 수 없는,

콩트를 찍고 있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어쩌면 흰 머리카락 몇 가닥 정도로

끝나는 것이 내 몸이 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해결책일 지도 모르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다행히 탈모는 없다.

유전적으로나 후천적으로나.


공포의 흰 털들은 뽑아도 아프다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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