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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May 05. 2024

보홀 수족관

47일 차

바닷속에 수많은 물고기에 뛰어든

타국에서 온 잡념덩어리를 보고

화들짝 놀라서 도망간다.


사진 찍으랴 헤엄치랴 호흡하랴

고요한 물속에서도 여전히 나는 바쁘다.

언제부터인지 뒤를 보면 쫓아오는 불안에

지지 않으려면 꾸준히 움직여야 된다.


그렇게 물속에서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기

최적화된 상태인 나는 처음으로 풀페이스

마스크를 쓰고 스노클링을 해본다.

입과 코가 자유로우니 몇 번이고 잠이 오는

수면충동과 싸워본다.


짝꿍의 무릎베개를 하고 누워있는 듯한

몽롱한 물속은 마치 가상현실 같다.


오래된 일기장 속 글자를 입에 물고

무리 지어 움직이는 물고기 떼를 바라보며

그것들의 퍼즐이 맞춰질 때쯤

일사불란하게 시야에서 없어진다.


두껍게 바른 선크림이 눈에 들어가면

짠 물로 닦아내기보다 잠깐 울어버리면

다시 아무렇지 않게 된다.


하필이면 눈물은 바닷물을 닮아

아무도 알 수 없게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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