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티바람 Jun 20. 2024

제일 힘든 것

소세포폐암 엄마 돌보기

폐암이고 나발이고 병명일 뿐이고

러시아워에 맞춰 엄마를 데리러 가고

현기증 나는 특유의 병원 냄새를

매일 맡는 것도 이제는 힘들지 않다.


조금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될 뿐.

식사 중간중간에 단백질을 넣어주고

선 조치 후 계획이라는 이름 아래

한 템포 빨리 움직이고 상대방 입장에서

여러 번 생각하면 된다.


가장 힘든 것은 마주하는 것이다.


엄마 입장에서는 반가운 아들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프고 아픈 엄마 얼굴이다.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기억들과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얼마 전 엄마의 모습 속에

지금의 엄마는 없다.


손과 다리를 절고 머리에 경도 지진이 난 것처럼

살랑살랑 떠시는 현재의 엄마 동공에는

하나뿐인 아들만 맺혀있다.


얼마나 살고 싶으신 건지

얼마나 사실 건지 농담 삼아

넌지시 물어보고 싶지만

밤마다 비수가 되어 내게 돌아올까 봐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한다.


마주하기 힘든 것 중 가장 제일은 사람이다.

사랑한 만큼 더 그렇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상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