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이고 나발이고 병명일 뿐이고
러시아워에 맞춰 엄마를 데리러 가고
현기증 나는 특유의 병원 냄새를
매일 맡는 것도 이제는 힘들지 않다.
조금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될 뿐.
식사 중간중간에 단백질을 넣어주고
선 조치 후 계획이라는 이름 아래
한 템포 빨리 움직이고 상대방 입장에서
여러 번 생각하면 된다.
가장 힘든 것은 마주하는 것이다.
엄마 입장에서는 반가운 아들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프고 아픈 엄마 얼굴이다.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기억들과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얼마 전 엄마의 모습 속에
지금의 엄마는 없다.
손과 다리를 절고 머리에 경도 지진이 난 것처럼
살랑살랑 떠시는 현재의 엄마 동공에는
하나뿐인 아들만 맺혀있다.
얼마나 살고 싶으신 건지
얼마나 사실 건지 농담 삼아
넌지시 물어보고 싶지만
밤마다 비수가 되어 내게 돌아올까 봐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한다.
마주하기 힘든 것 중 가장 제일은 사람이다.
사랑한 만큼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