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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Jul 05. 2024

낯선 손님

계절이 바뀌고 찾아온 것

그럭저럭 봄을 버텼다.


여름이면 산과 바다로

떠날 생각만 가지고

모든 불안을 덮어보고자 했다.


반팔과 반바지를 입어야 될 시기에

엄마는 환자복을 입으셨다.


폐암 3기라는 낯선 불청객이

내 삶에 덜컥 들어왔다.


나도 아직 정리가 안 됐는데

엄마는 입버릇처럼 뱉었던 말처럼

계획대로 인생을 차근차근

지워내고 계셨다.


잠깐 미웠다.

말은 할 수 없지만 나도 아프다고.

깜빡이 좀 켜고 들어오라고.


이런 혼란한 상황 속에 어쩌다가 잠이 들고

지옥 같은 새벽을 혼자 마주하면

더 큰 시련이 창문 너머로 넘실거리는 듯 했다.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나는 매일마다 몰래

누군가에게 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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