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적인 치료를 받기 전
일주일간 pet-ct, mri, x-ray 등
아낌없이 병원의 모든 기계를 다 사용하셨다.
그리고 폐암에 뇌와 뼈에 전이까지 있는
가냘픈 엄마의 첫 치료가 시작됐다.
엄마는 이제 방사선을 때려 맞고
머리카락이 빠질 일만 남았다.
방사선이든 감마선이든
저 두꺼운 방사선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헐크가 되어 건강하게 나왔으면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치료는 총 10회.
무슨 카페 도장 찍기도 아니고
일단 10회만 치료를 해보자고 한다.
그나저나 10회 하면 1회 무료인가요?
치료 후 엄마는 시도 때도 없이 자꾸 눕고 싶고
땅바닥일지언정 그저 주저앉고 싶어 한다.
'여기 누웠으면 딱 좋겠네'라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면 바로 내가 말을 끊어먹는다.
'여기가 어디라고 누워!'
집 옆 놀이터에 돗자리를 깔아도 되냐
하시길래 그러면 뚱땡이 고양이가 와서
엄마를 괴롭힐 거라고 했다.
엄마는 고양이도 아픈 사람을 알아서
자기 옆으로 오지 않는다고 했다.
따로 사는 엄마와 나이기에
매일같이 엄마를 데려가고 데려온다.
전에는 몰랐다. 세탁기도 없이 홀로
손세탁을 하시며 대충 살고 계실 줄을.
대충 살고 싶어 하신 건 알고 있었지만
엉망이 되어있는, 개판 5분 전인
엄마의 집 안을 보고 있노라면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한다.
그럴 땐 그저 이빨을 꽉 깨물고
밤이 되길 기다린다.
그러던 중 통화하는 나를 보고
친구를 만나러 가라고 하신다.
지금 시기에는 친구가 필요할 거라고
골골거리시며 머리를 도리도리하시며
뜬금없는 소리를 하신다.
지금 같은 시기가 뭔데?
엄마가 친구 만나고 싶은거 아냐?
몸에 좋은 음식을 주면
맛없다고 뱉거나 인상을 찡그리는,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엄마와의
맥락 없는 대화가 재미있다.
문득 엄마도 어린 시절인 나와 대화할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오래된 집구석, 너저분한 내 방에 누워서
밤은 그저 몰래 울 수 있는 시간이다.
집에 들어올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오늘은 어디 어디를 어떻게 정리를 해야지, 하지만
병원을 다녀오는 날이면 모든 의욕이 사라진다.
소멸해간다는 것은
이렇게 누군가에게 서서히 슬퍼지는 일이다.